“14살때 빈 라덴은 조숙”… 71년 英유학시절 동료 회상

  • 입력 2001년 10월 13일 19시 02분


71년 영국유학중인 빈라덴(사진 오른쪽 끝)
71년 영국유학중인 빈라덴(사진 오른쪽 끝)
지난달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 참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은 영국 유학 시절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은 편이었으나 자신의 어머니가 이슬람 율법상 정부인으로 인정되지 않는 첩이라는 사실에 괴로워했다고 함께 유학했던 한 스페인 여성이 회고했다.

이 여성은 영국 옥스퍼드 지방에서 유학했던 빈 라덴 형제들과 어울리며 1971년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최근 스페인 신문 엘 코레오 에스파뇰에 공개했다. 당시 열네살이던 빈 라덴과 그의 형 2명, 스페인 출신 여학생 2명이 어느 날 저녁 함께 차를 마신 뒤 옥스퍼드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찍은 사진이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이 여성은 “당시 어학 과정에 다녔던 빈 라덴은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지적이었으며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였다”고 기억했다. 이 여성은 그가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종교적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년 빈 라덴은 당시 청소년들이 열광했던 팝 그룹이나 패션에도 관심이 없었으며 “외국인이 런던 거리를 오가며 이것저것을 구경하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영국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

빈 라덴은 사진 속의 또 다른 스페인 여학생에게 “우리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며 관심을 보였다고 이 여성은 말했다. 빈 라덴은 “우리 어머니가 아름답기 때문에 부자인 아버지가 부인으로 맞아들였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함께 유학중인 형제 3명의 어머니가 모두 다른 것을 부끄러워했다고 이 여성은 회고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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