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시간이 다 돼 간다" 강력경고

  • 입력 2001년 10월 6일 17시 06분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군사적 외교적 공세의 고삐를 바싹 조이고 있다. 탈레반 정권은 미국의 보복 공격을 피하기 위한 각종 유화책을 내놓았다.

▽군사적 압박〓6일 외신과 미 언론에 따르면 뉴욕 포트드럼에 주둔하고 있는 제10산악사단 소속 병력 1000여명은 5일 C17 수송기편으로 우즈베키스탄 남부 카르시 인근의 카나바드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들은 미국이 사용을 허가받은 몇몇 기지에 배치돼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펼칠 특수부대의 임무를 지원하기 위한 신속대응군으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소식통을 인용해 “우즈베키스탄에 주둔할 미 지상군은 모두 수천명에 이를 것”이라고 6일 전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인근에 지상군을 배치하기는 처음으로 이는 미국의 군사작전이 임박했음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미군 아프간서 첩보활동"▼

이란에 망명중인 아프가니스탄의 군벌 출신 굴부딘 헤크마티아르는 6일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수십명의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인으로 위장해 이미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첩보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수일 내에 미군이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공세〓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6일 라디오 주례연설을 통해 탈레반 정권에 대해 “빈 라덴을 인도하고 그의 조직을 폐쇄하라”고 요구하면서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5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외교 안보 국방 지도부와 전략구수회의를 갖고 군사행동에 앞서 탈레반 정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에서 그루지야의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에티오피아의 멜레스 제나위 총리, 케냐의 대니얼 아랍 모이 대통령 등과도 전화통화를 갖고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국제연대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파키스탄 방문에 이어 6일 인도를 찾아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빈 라덴 등 미 테러사건 관련 범인들을 법정에 세울 때까지 탈레반 정권을 고립시키는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근거 마련〓벤저민 길먼 미 하원 중동·남아시아소위원회 위원장 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5일 반(反)탈레반 세력에 대한 군사자금 지원과 탈레반 정권에 대한 무력공격시 필요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 자유법안’을 마련해 하원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반 탈레반 조직에 최고 3억달러의 군사지원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자유 아프간 라디오’ 채널을 신설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탈레반 움직임〓탈레반 정권은 압둘 살람 자에프 파키스탄 주재 대사를 통해 미국에 빈 라덴이 테러의 배후조종자라는 증거를 내놓으면 그를 자국 법정에서 처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독일 일간지 빌트가 5일 보도했다.

탈레반 정권은 또 지난달 28일 변장한 채 아프가니스탄에 잠입해 취재하다 체포된 영국 선데이 익스프레스지의 여기자 이본 리들리를 7일 석방키로 했다고 아프간이슬람통신(AIP)이 6일 보도했다.

▼"美정찰기에 미사일 발사"▼

또 탈레반 외무부는 6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대대적인 위협 공세를 중지하면 기독교 선교 혐의로 체포돼 억류중인 8명의 외국인을 석방하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탈레반 군은 이날 수도 카불 상공을 선회하던 정체불명의 비행기에 대해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명중시키지 못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CNN은 탈레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비행기가 미군 정찰기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종훈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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