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경제전망]국제유가 급등땐 한국경제 직격탄

  • 입력 2001년 9월 16일 19시 33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제유가가 들먹거리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에 긴장이 높아질 경우 유가가 크게 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 세계 및 국내경제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5일 산업자원부 및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11일 급등했다가 12일 진정됐던 국제유가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다시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이 가장 많이 들여오는 두바이유는 14일 배럴당 26.83달러로 거래를 끝내 미국 테러사건 직전인 10일보다 2달러 가까이 올랐다. 이는 8월 평균(배럴당 24.53달러)보다 배럴당 4달러 이상 급등한 수준. 북해산 브렌트유는 14일 한때 배럴당 31달러까지 치솟는 등 초강세를 보이다가 29.54달러로 마감했다. 또 11∼12일 이틀간 거래가 중단됐던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도 13일 배럴당 28.65달러로 오른 데 이어 14일에는 29.90달러로 30달러에 육박했다.

석유공사 해외정보팀 조용욱 부장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폭격이 시작되면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30달러선까지 오를 전망”이라며 “현재 국제석유시장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또 석유소비량이 늘어나는 겨울철을 앞두고 있어 유가상승 압력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급등은 미국경기 침체와 함께 한국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2대 해외발 악재로 꼽힌다.

국제수지 악화와 대외 경쟁력 약화, 물가상승 등을 유발하면서 오일쇼크 때 경험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 당장 국내 도입 평균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무역수지만도 약 9억달러 나빠진다.

정부는 불안심리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재훈 산자부 에너지산업심의관은 “미국의 공격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안정을 위해 노력키로 한 만큼 유가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도 석유수급조정 명령권 발동과 정부비축유 방출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 에너지대책을 마련하는 등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권순활·김광현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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