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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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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사실대로 밝히는 게 부끄럽고 아이들이 나쁜 행동을 따라할까 봐 역사를 왜곡하는 것 같아요.”(박혜미)
9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 삼선초등학교 5학년1반.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한 특별수업이 한창이었다. 고흔석(高炘錫·31) 교사가 컴퓨터로 연결된 대형 TV를 통해 사진을 보여주며 “이건 어떤 건물일까요”라고 물었다.
“경복궁요.” “박물관인 것 같은데….”(학생들)
“96년 철거된 옛 조선총독부 청사 사진인데 우리나라를 통치했던 총독이 이 건물에 있었답니다.”
고 교사는 한일합방 3·1운동 유관순열사 등을 들며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고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한 시간 같은 학교 6학년5반 교실에서는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생각을 그림그리기와 편지쓰기 등을 통해 표현하는 특별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일본 순사가 태극기를 든 사람을 고문하는 장면을 그리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일본 왕에게’라는 제목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를 본 적이 있나요’라고 편지를 쓰는 학생도 있었다. 양현지양은 “교과서를 왜곡한다고 진짜 역사의 진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만약 모든 나라가 일본처럼 교과서를 제멋대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독일처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미움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썼다.
최용주(崔龍柱·45) 교사는 “일본의 잘못된 태도를 제대로 알리면서도 내년에 월드컵도 함께 치러야 할 이웃나라라는 점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부터 14일까지 전국 초중고교에서 일본의 역사왜곡 실상을 가르치는 특별수업을 실시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 같은 특별수업을 한다. 또 서울 불광초등학교 학생들은 10일 학부모 등 지역 주민들과 함께 통일로를 따라 행진하며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규탄하는 걷기대회를 갖는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