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스캔들' 한달 점검]클린턴 점점 수렁속으로

  • 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40분


조지 W 부시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지금 미국 워싱턴 정가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면게이트(Pardongate)’로 벌집을 쑤신 듯하다.

1983년 스위스로 도망간 조세 포탈범 마크 리치에 대한 사면조치에서 비롯된 이번 스캔들은 논란에 오른 사면 대상자가 늘어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까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청문회를 진행중인 의회는 상하원 합동조사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이미 수사에 착수한 법무부에선 “특별검사 임명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소환은 물론 탄핵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사면스캔들을 정리한다.

▼퇴임직전 140명 사면…36명 감형▼

▽스캔들의 시작〓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퇴임 몇 시간을 남겨두고 140명에 대한 사면과 36명에 대한 감형 조치를 단행했다. 탈세 등 50여건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에서 스위스로 도피한 금융재벌 리치도 사면 대상자 중 한 사람.

그런데 리치씨의 전 부인 데니스씨가 민주당과 클린턴 전 대통령측에 160만달러 상당의 정치자금과 선물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사면은 ‘대가성’이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힐러리 상원의원의 남동생인 휴 로드햄이 사기 및 마약범 2명에 대한 사면을 로비한 대가로 40만달러를 받은 사실이 보도됐다.

또 힐러리 여사가 뉴욕주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 회계를 담당한 윌리엄 커닝햄 변호사는 아칸소주 출신의 공화당원 2명의 사면을 도와주었다고 실토했다.

사면자 명단에 포함됐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부(異父) 동생 로저 클린턴도 친구 6명의 사면 탄원서를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47명은 법무부 검토절차 안거쳐▼

▽의혹의 그림자들〓지난달 뉴욕타임스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면령 발표시간이 당초 19일 오후에서 20일 오전으로 연장되면서 20명의 사면대상자가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체 사면 대상자 중 47명이 법무부의 사면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급행 사면 열차’를 탔다는 것. 법무부의 사면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 같은 절차를 거치는 게 관례인 만큼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또 데니스씨가 남편의 사면 탄원서를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보내기 직전 ‘클린턴 도서관’ 건립비용으로 45만달러를 기부했다는 점도 의혹을 낳고 있다.

사면로비의 대가로 40만달러를 받았다가 돌려준 로드햄 변호사의 행적도 의혹거리. 그는 평소 “나와 연락하려면 백악관으로 하라”며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햄 변호사는 과거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 부인 이희호여사에게 힐러리 여사의 친서와 선물을 전달한 적도 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는 전했다.

▽의회 및 법무부 수사〓뉴스위크는 “사면논란이 여러 주에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어 특별검사 지명 외에 다른 해결 방안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3월 7일경 청문회를 재개할 상원 법사위의 알렌 스펙터의원(공화)은 이달 25일 “상하 양원 합동조사는 좋은 구상”이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소환과 탄핵 가능성을 제기했다.

3월 1일 청문회를 재개하는 하원은 존 포데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클린턴 전 대통령의 측근을 청문회에 소환할 계획으로 있다.

한편 리치씨의 사면 의혹에 대한 공식 수사에 들어간 법무부는 힐러리 여사가 선거 때 압도적 승리를 거둔 뉴욕 유대인공동체 출신의 유대인 4명의 사면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시작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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