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칸센 2배속도 '자기열차' 달린다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10분


‘좀 더 빠르게, 편안하게, 안전하게.’

자기력(磁氣力)을 이용해 선로 위를 떠가는 최첨단 열차인 자기부상열차(리니어 모터카)를 개발중인 일본 철도종합기술연구소와 일본철도 도카이(JR 東海)의 목표다.

연구의 본산은 97년 4월 완공된 야마나시(山梨)현 쓰루(都留)시의 ‘초전도 자기부상식철도 야마나시 실험센터’다. 이곳에는 18.4㎞의 실험철로가 있다. 객차 3량으로 이미 10만여㎞의 시험 주행을 했다.

속도 문제는 해결됐다. 지난해 4월 사람을 태우고 세계 최고속도인 시속 552㎞를 냈다.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랐다. 시속 552㎞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빠른 신칸센(新幹線)열차 속도의 배나 된다.

실험센터는 4, 5년간 더 시험운행한 다음 도쿄(東京)∼오사카(大阪)에서 처음으로 실제 운행할 계획이다. 남은 과제는 안전성과 내구성 확보, 비용 절감이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도 곧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총 예산은 3000억엔(약 3조3000억원).

20일 연구소를 찾아가 시험운행 열차를 타봤다. 차량의 폭은 신칸센보다 좁다. 신칸센은 폭 3.5m에 한 열의 좌석이 5개. 자기부상열차는 폭 2.9m에 좌석이 4개다.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폭을 좁혔다고 했다.

운전자와 안전벨트가 없는 것이 특이했다. 자기부상열차는 컴퓨터로 자동운행되므로 운전자가 필요 없다. 제동도 마찰력이 아닌 전기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드럽게 정차했다.

시속 450㎞가 이날 시험주행의 목표. 출발한지 10여초 만에 속도계는 120㎞를 가리켰다. 객차 전체가 이내 공중에 뜨는 느낌이 들었다. 객차 바퀴는 선로 위 10㎝를 달리고 있다고 연구진이 설명했다. 90초 후 목표 시속 450㎞에 도달했다.

승차감은 신칸센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좋았다. 속도가 오르내리는 것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소음은 조금 심한 것 같았다. 연구진은 실제 운행할 객차를 만들 때 내부에 방음재를 넣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센터 쓰루가 소장 인터뷰▼

야마나시 실험센터의 쓰루가 히토시(鶴賀仁史·52)소장은 12년간 자기부상열차 개발에만 매달려온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다.

―신칸센과 비행기가 있는데 자기부상열차가 꼭 필요한가.

“비행기보다 훨씬 편리하다. 전기를 사용해 환경친화적인 점도 강점이다. 지진이나 재해에 대비해 별도 노선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도 있다.”

―비행기보다 무엇이 편리한가.

“도쿄∼오사카 구간을 예로 들자면 공항까지 가는 시간 등을 포함해 2시간 이상 걸린다. 그러나 자기부상열차는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경쟁력은 충분하다.”

―언제쯤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나.

“앞으로 4, 5년이면 시험운행은 끝난다.문제는 건설에 7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는 도쿄∼오사카간 노선을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정부가 언제 결정하느냐이다.”

―자기부상열차 운행에 대한 정부 방침은….

“이달 운수성에 검토위원회가 결성됐다. 건설비용 등 경제성과 안전성, 수익성 등을 따져 3년 안에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국도 자기부상열차에 관심이 큰데….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를 연구하는 곳은 일본뿐이다. 대단히 중요한 기술이라 기술이전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쓰루시〓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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