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정부, 반군에 61억원 제공…외국인 인질석방 대가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47분


필리핀 정부가 외국인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이슬람 반군단체에 2억4500만페소(약 61억4000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반군단체는 이 돈을 무기 구입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군의 무기구입 비용을 필리핀 정부가 지원했다는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헬로 레예스 필리핀군 사무총장은 7일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주재한 각료회의에서“4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분쟁지역이자 세계적인 휴양지 시파단섬에서 납치된 외국인 인질 비용으로 이같은 금액의 몸값을 지불했다”고 공개했다.

레예스 총장은 “이 돈은 군정보기관을 통해 ‘아부 사이야프’ 이슬람반군에게 전달됐으며 상당부분 무기 구입비용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그가 극비사항인 인질석방 비용을 얼떨결에 보고하자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이 문제를 공식 석상에서 논의하지 말자”며 제지한 뒤 서둘러 회의를 끝냈다.

ABC 방송 등 필리핀 언론은 “반군과의 인질협상에 몸값 전달을 반대해 온 정부가 반군의 무기구입비로 사용될 석방비를 전달한 것은 오히려 인질극을 부추기고 있는 처사”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인질극을 취재하다 반군에 의해 납치된 독일 슈피겔지 기자와 필리핀 기자의 석방비용으로 지난달 29일 1600만페소(약 4억원) 상당의 현금과 무기를 반군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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