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巨大 제약사, 후진국病 치료약개발 외면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13분


거대 제약회사에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란 말이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선진국의 거대 제약회사들이 수지타산이 맞지않는다고 판단해 말라리아 결핵 수면병 등 주로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병의 치료제는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이 때문에 제3세계인은 돈이 있어도 약을 구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세계 제약업계는 연구개발비로 해마다 270억달러를 쏟아붓지만 대머리 발기부전 등에 대한 약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제3세계 국가에서 해마다 200여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핵에 대한 관심은 없어 30년 전 개발된 치료제가 아직도 쓰이고 있다.

인도주의 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버나드 피콜 박사는 “75∼97년에 개발된 약품 1233종 가운데 말라리아 등 열대성 질병 치료제는 1%인 13종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의 주머니를 노려 ‘개 치매’ 치료제에 매달리면서도 제약회사가 저개발국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기 때문.

프랑스와 독일의 합자회사인 ‘아벤티스’의 대변인 프랑세스 그로스는 “제3세계 주민의 고통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제약사간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21일 미국 인디애나주의 노트르담대 졸업식에 참석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인 미국이 극빈국 지원에 인색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선진국이 이들 나라를 조금만 도와주어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저개발국가에 대한 지원을 역설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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