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선에도 '바꿔'열풍…시민단체 낙선대상 발표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29분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일본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6월 25일 실시될 총선을 겨냥한 낙선운동을 펼치기 위해 지난달 발족한 ‘시민연대 파도 21’은 11일 낙선운동 대상자 22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한국의 ‘총선시민연대’를 방문해 운동취지와 방법 등을 배워온 사쿠라이 젠사쿠(櫻井善作)가 이끌고 있다.

낙선대상자 명단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를 비롯해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등 전총리,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자민당 간사장,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자민당 정조회장, 자민당의 연립파트너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대표 등 일본 정계의 거물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22명 중 자민당 의원이 16명이나 된다.

대상자는 가두선전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의원 부적격자라고 생각하는 정치인과 그 이유’를 응모받아 선정했다. 4월 한달 동안 1677명이 응모했다. 복수선정을 허용한 결과 292명의 낙선대상자가 접수됐다.

시민연대 파도 21은 10명으로 구성된 ‘평가회의’를 통해 금권 체질, 의회활동 태만, 오직 및 탈법 전력, 정치 소신의 변천 등 6개 항목으로 평가해 낙선대상자 순위를 만들었다.

모리총리는 독설과 설화(舌禍)가 많고 금권정치 체질이 몸에 배어 있으며 일본의 침략을 인정하지 않는 등 역사인식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 낙선대상 이유로 꼽혔다. 낙선 순위 1위에 오른 다케시타 전총리는 ‘금권정치의 총본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나카 간사장은 국정을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채우는 데 이용하고 있으며 반평화 반인권적이라는 평가 때문에 2위에 올랐다. 미야자와 전총리는 거품 경기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나카소네 전총리는 일본이 다시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는 것을 뒤에서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자민당의 선거대책을 지휘하고 있는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총무국장은 “무엇을 기준으로 (낙선운동 대상자를) 결정했는지가 애매하다”며 “운동 자체가 민주적이지 못하고 상대 후보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매스컴이 이를 취급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노나카 간사장 측은 “일관되게 평화주의를 주창해온 간사장을 잘못 본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그러나 선거를 관장하고 있는 자치성은 “특정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이 아니라면 공직선거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일본 유력지 아사히신문은 11일 명단과 함께 낙선대상자 선정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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