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러 대통령 권한]軍-의회 장악 '현대판 차르'

  • 입력 2000년 5월 7일 21시 34분


7일 러시아 대통령에 취임한 블라디미르 푸틴은 93년 제정된 헌법에 따라 선거로 뽑힌 전세계 국가원수 중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무능하고 병약했던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이 10년 가까이 권좌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대통령은 우선 총리 임면권을 갖는다. 총리 임명에는 하원의 인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하원이 이를 거부하기는 힘들다. 하원이 3번 연속 인준을 거부하면 대통령은 의회를 자동 해산한다. 하원은 총리와 각료를 탄핵할 권한이 있지만 이것도 함부로 쓸 수는 없다. 푸틴이 탄핵을 받아들여 내각을 사퇴시키게 되면 동시에 의회도 해산되기 때문.

대통령은 또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국가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이자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무력을 보유한다.

핵강국의 대통령으로서 항상 핵무기발사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핵 가방’이 주어진다.

러시아 전역 및 일부지역에 계엄 또는 비상사태를 발동할 권한도 갖는다. 계엄령을 선포하더라도 의회에 통고만 하면 된다.

또 공화국과 주 등 89개 지역정부의 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다. 각종 법안을 제안할 수 있고 법안에 대한 거부권도 있다.

다만 국가반역 또는 중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하원의 탄핵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막강한 권한 때문에 러시아 대통령은 현대판 ‘차르(제정러시아의 황제)’로 불린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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