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女대통령 "러軍은 냉전시대처럼 주변국 위험"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라트비아의 여성 대통령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63·사진)가 러시아와의 대결정책을 고수해 양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비케프레이베르가는 1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냉전시대처럼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녀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군사력 강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알렉산드르 우달초프 라트비아 주재 러시아 대사는 “라트비아가 계속 러시아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면 경제제재를 검토할 수도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양국 관계는 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라트비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입을 추진하자 러시아가 이를 반대하면서 나빠지기 시작했다. 비케프레이베르가는 “라트비아가 다시 러시아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반드시 NATO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소련에 강제합병당했던 라트비아는 독립 후 러시아어 사용을 금지하고 러시아계 주민에 대해 시민권을 주지않는 등 탄압하고 있다. 이 때문에 2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라트비아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을 거부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나빠졌다.

비케프레이베르가의 개인 이력도 러시아와의 갈등을 부추기는 한 원인. 그녀는 소련군이 진주하자 조국을 떠나 모로코와 캐나다 등을 떠돌았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심리학교수로 재직하다 98년 귀국해 정계에 입문한 뒤 지난해 대통령이 됐으나 여전히 러시아에 대한 적개심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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