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거컨설턴트 '한몫잡기' 경쟁…올 3조여원 소요 예상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11월 정부통령과 연방 상하의원, 주지사 등을 뽑는 올해 미국 선거에서는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의 막대한 선거 자금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4년전인 96년 선거 때보다 50%가 늘어난 액수. 미국에서 80년대부터 전문직종으로 등장한 선거 컨설턴트들에게는 한몫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달 30일 정치 컨설턴트에 대한 특집 기사를 통해 “이같은 선거 특수로 40명의 선거 운동을 동시에 대행하는 회사까지 있다”며 “캠코더 하나만 달랑 들고 컨설턴트를 자처하는 사람까지 나타날 정도”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선거 컨설턴트의 난립으로 수수료 덤핑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으며 비윤리적 선거 운동 방법을 동원하는 등 컨설턴트가 혼탁 선거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거 컨설턴트는 선거 전략 수립, 여론조사, 선거 운동 대행 등을 통해 후보자를 돕는다.

워싱턴 포스트가 인용한 아메리칸대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선거 컨설턴트에도 등급이 있어 겨울에는 하와이, 여름에는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는 연수입 100만달러 이상을 1급으로 분류한다. 5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면 2급, 20만달러 이상이면 3급으로 꼽힌다. 안정적 수입을 올리는 3급 이상의 컨설턴트는 전체의 20% 수준. 나머지 80% 컨설턴트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출혈, 과당 경쟁을 해야 한다.

이들에게 후보의 당적은 의미가 없다. 서부 시대의 총잡이처럼 누구든 자신에게 돈을 주는 후보를 위해 상대방을 ‘저격’한다. 이들은 대부분 전체 선거 비용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선거 비용 과다 지출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에서도 컨설턴트들은 선거에서 진 고객이 돈을 떼먹지 않을까 하는 점을 염려한다.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선거 운동을 지휘하고 있는 칼 로브의 경우 91년 상원 선거에서 진 리처드 손버그를 상대로 수수료 반환 소송을 제기, 30만달러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유명한 컨설턴트들은 선거일이 수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금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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