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정책기여도 논쟁]'경제호황' 씨앗 누가 뿌렸나?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1분


미국 경제가 107개월 연속 성장이라는 사상 초유의 활황을 누리는 것은 어느 행정부의 경제정책 덕분인가. 이를 둘러싼 민주 공화 양당의 논쟁이 한창이다.

미국 경제가 현재의 성장을 시작한 것은 1991년 3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하기 2년 전이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성장이 계속됐으므로 이번 호황은 ‘클린터노믹스(Clintonomics·클린턴의 경제정책)’ 덕분이라고 클린턴대통령과 민주당은 주장한다.

그러나 공화당은 경제성장의 토대가 마련된 것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임기(1981∼1988) 중이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레이건의 경제정책)’야말로 훌륭한 정책이었다고 강조한다.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앨 고어 부통령은 클린터노믹스를, 공화당 예비후보 중 선두주자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레이거노믹스를 표방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8일 한치의 양보도 없이 진행되는 양측의 공방을 소개했다.

민주당측은 공화당 정부의 유산인 연방정부의 대규모 예산 적자를 시정, 균형 예산을 통해 장기 금리를 낮추고 기업의 기술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이끈 것이 경제성장을 가능케 한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공화당측은 1980년대 초 한계소득세율 하향조정을 통한 세금삭감 및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완화 조치가 효과를 나타내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며 “클린턴 정부가 경제성장의 공적을 내세우는 것은 수탉이 일출을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아냥거린다.

일각에서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 항공산업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 규제완화의 물꼬를 트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에 폴 볼커를 임명해 높은 인플레를 잡은 것이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황금기를 맞게 된 것은 컴퓨터 및 첨단 기술 분야의 눈부신 발전, 과감한 투자, 생산성 향상, FRB의 노련하고 유연한 금리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경제위기에서 덕을 본 측면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올해가 선거의 해이기 때문에 경제성장 문제를 정치적 맥락에서 논의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그런 논쟁의 중심은 역시 레이거노믹스와 클린터노믹스의 대결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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