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이래서 강하다]기업의 사회활동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미국인들은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을 안심하고 먹는다. 회사 공동창업자인 벤 코언과 제리 그린필드의 양심을 믿기 때문이다.

벤 앤 제리는 세전(稅前) 이익의 7.5%를 자선사업에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부만 하는 게 아니다. 쓰레기를 마구 버려 환경을 훼손하거나 소수인종을 차별한 낙농업자들은 벤 앤 제리에 우유를 납품할 수 없다.

이 회사의 창업자들은 기업의 역할이 수익금 일부의 사회환원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 기업주는 종업원들에게 교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해로운 아이스크림을 만들리 없다는 사회적 신뢰가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을 지탱해 준다. 1978년 버몬트주에서 1만2000달러로 창업한 이 회사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2억달러를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들인 제임스 콜린스와 제리 포러스는 1997년 ‘마지막까지 생산하는 기업들(Built to Last)’이라는 베스트셀러에서 ‘핵심적 이념(Core ideology)’을 가진 회사들이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경영실적이 훨씬 탁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950년 이전에 창립된 회사 가운데 핵심적 이념을 가진 18개 기업과 동종업계에서 이들 18개 회사와 비슷한 규모와 명성을 가진 기업들을 골라냈다. 3M 대 노튼(Norton), 포드 자동차 대 제너럴 모터스, 휴렛팩커드 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월트 디즈니 대 컬럼비아 영화사 등 양쪽 모두 쟁쟁한 회사들이었다.

그리고 이같은 두 종류의 기업들을 1996년까지 비교했다. 비교항목은 주당 수익률(ROE), 자본금 대비 수익률(ROA), 매출액 대비 수익률(ROS) 등이었다.

그 결과 핵심적 이념을 가진 기업들은 매년 평균 ROE에서 비교대상보다 9.7%, ROA에서 3.55%, ROS에서는 2.7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대 교수들인 새뮤얼 그레이브스와 샌드라 웨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S&P 500에 포함된 기업들을 분석해 사회적 이익(공익)에 이바지하는 기업들의 경영성과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공익에 이바지하는 기업들은 사회적 인식이 좋기 때문에 제품을 많이 팔 수 있다. 제품이 많이 팔리면 공익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 선순환이 발생한다.

종합보험회사 USAA는 종업원들에게 사회봉사를 적극 장려한다. 1998년 한해 동안 6000명의 직원이 모두 22만 시간 동안 350개의 지역사회에서 봉사했다. 온라인 주식거래로 급성장한 찰스 슈와브는 직원들이 기부금을 내면 그 액수의 두배를 회사가 내는 제도로 기부를 권장한다. 이 회사는 집없는 사람들을 위해 라파엘 하우스를, 빈민가 아이들을 위해 윌리엄 R 드애빌라 초등학교를, 10대 임산부를 위해 플로렌스 크리텐튼 서비스를 운영한다. 심지어 에이즈 환자를 돕는 프로젝트도 있다. 어느 사회봉사단체보다 사회적 기여도가 높다.

이처럼 공익에 이바지하는 회사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회사를 위한 것이 결국 사회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다른 회사 직원들보다 열심히 뛰게 된다. 이런 사람과 기업들의 노력이 미국의 경제와 사회를 함께 발전시키고 살찌운다.

▼안경회사 렌즈 크래프터스▼

기업의 판매행위와 사회적 공익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미국 최대 안경판매회사인 렌즈 크래프터스가 하나의 해답이다.

1983년에 생겨난 이 회사는 안경업계의 신데렐라다. 안과병원과 렌즈 제조실, 안경테까지 한 곳에 모아놓고 종합적으로 판매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연간 매출액 12억달러가 넘는 세계적인 안경판매회사로 성장했다.

이 회사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시력을 선물하자’는 봉사활동 때문.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시력을 측정해주고 안경을 선물하는 일을 1988년부터 매년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15개 개발도상국의 90만명에게 시력을 선물했다. 2003년까지는 수혜자를 20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제 라이온스클럽과 함께 헌 안경을 수집해 재생하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전 밴(Vision Van)’으로 이름붙인 소형버스 2대의 봉사활동. 이 버스 안에는 검안시설부터 렌즈 제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설이 갖춰져 ‘바퀴달린 안경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금 금고만 없다.

이 버스들은 미국 도심의 슬럼가나 농촌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검안해주고 안경도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1995년 이후 버스들이 돌아다닌 거리만 8만3000km. 75개 도시에서 4만3000명의 어린이들에게 시력을 선물했다.

이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이 회사에 근무하는 매니저 4명. 안식년 휴가를 맞은 매니저들이 18개월 동안 교대로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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