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비대한 관료조직-수많은 규제로 중진국 전락"

  • 입력 2000년 1월 11일 19시 52분


상상을 뛰어넘는 법률규제로 기업들은 국제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학위를 가진 젊은이들은 주저없이 기회의 땅인 미국과 영국으로 떠난다. 비대한 관료조직의 형식주의와 각종 규제들에 얽매여 프랑스는 중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피가로는 10일 프랑스 경쟁력 상실의 주범인 관료주의와 ‘법률독재’를 비판하는 특집기사를 싣고 프랑스인들은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에는 11만개의 법령과 36만개의 규칙이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각종 법령 2만개를 더하면 거의 50만개의 각종 법률과 시행령이 프랑스 국민을 옥죄고 있다. 국민이 내야하는 세금의 종류도 영국은 27가지에 불과한데 프랑스는 106가지나 된다.

94년 작성된 행정규제 관련보고서에 따르면 80년에 연간 7070쪽이었던 관보가 94년에는 1만7141쪽으로 늘었다. 특히 노동과 조세 재정 관련 법령이 대폭 늘어나 15년동안 각각 36%와 35%가 증가했다.

그 결과 각종 국제지표와 통계는 10년전부터 프랑스가 중진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르피가로는 한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문맹률은 폴란드와 같은 수준이며 국가경쟁력은 21위에 불과하다. 유엔의 인간개발지수로 따져봐도 네덜란드와 아이슬란드 영국보다 못한 11번째로 밀려났다.

이미 프랑스는 미국과 일본의 비교대상국이 아니며 유럽으로 무대를 좁혀도 공공시설공사와 정보처리 분야에서만 선두를 달리고 있다. 8개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독일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프랑스가 유일하게 선진국 최고 반열에 오른 부문은 국내총생산(GDP)의 46.1%에 이르는 총 조세부담률(미국 28.5% 일본 30% 영국 35%)과 GDP의 54%나 되는 공공지출(미국 31% 일본 36% 영국 39%).

르피가로는 60년대만 해도 유럽에서 독일과 선두 다툼을 벌이던 프랑스가 이렇게 전락한 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행정규제와 관료의 형식주의 탓이라고 비판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 clair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