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버드 법대교수 인터넷대학 '출강' 논란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9시 57분


대학교수의 인터넷 강의가 대학교육을 위협하는가.

미국 최고의 명문 하버드대에서 이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 보도했다. 하버드대 법대 아서 밀러 교수가 외부 인터넷대학에 ‘출강’했기 때문.

밀러교수는 워싱턴포스트 신문사가 개설한 인터넷대학 ‘콩코드 법대’와 올여름계약을 하고11회분의 강의 녹화테이프를 보냈다. 그의 강의는 1700명의 ‘사이버 법대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밀러교수에게 계약취소를 요구했다. 현직 교수는 다른 교육기관에서 강의할 수 없으며 교수의 외부 업무는 전체 업무의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학칙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

이 ‘20% 규정’은 법대 교수가 O J 심슨 사건을 변호하거나 신문에 기고하는 근거가 됐다. 밀러교수도 79년부터 ‘밀러의 법정’이라는 지방 TV 프로그램을 통해 문답식의 익살스러운 생활법률 강의를 해왔다.

그러나 하버드대는 밀러교수의 인터넷 강의가 ‘외부 교육기관 강의’라고 주장했다. 밀러교수는 “강의 테이프만 보낼 뿐 학생의 질문을 받지도, 토론하지도 않고 E메일을 주고 받는 것도 아니므로 TV 강의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버드대는 인터넷에 의해 ‘대학 강단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버드대 법대 찰스 네슨교수는 “밀러교수의 인터넷 강의를 허용해 다른 교수들도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면 ‘하버드대의 진수’는 한낱 온라인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대의 알랜 더쇼위츠 교수는 “TV나 신문과 달리 인터넷 강의 수입은 엄청나 기존의 대학강의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하버드대 교수가 인터넷 사이트를 제대로 운영하면 1년에 1억달러까지 벌어들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하버드대는 8월 학칙을 개정해 ‘인터넷 관련 대학에 출강하기 위해서는 학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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