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농산물 표시제 논란]美-유럽 마찰 배경은?

  • 입력 1999년 11월 21일 18시 01분


미국과 유럽간에 유전자조작(GM)농산물을 둘러싼 마찰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배경에는 무역과 문화전쟁의 성격도 있다.

유럽 농민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세계의 종자를 싹쓸이해 결국 유럽 농민들은 발붙일 데가 없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이 때문에 GM농산물 거부에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것. 유럽 농민들은 “미국의 식품업체들은 종자시장에서 담합하고 안전성에 대한 연구 없이 GM농산물을 확산시키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며 수억달러의 피해보상 소송까지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미국의 종자업체나 식품업체들은 10년 전부터 유전자조작기술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고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문화의 일부’로 보는 유럽인의 인식도 거부감을 증폭시키는 변수. 수확량이 많다고 해서 하나의 종자만 살아남을 경우 각 나라 각 지방 고유의 음식맛은 남아나기 어렵다는 것.

또 96년 광우병파동과 금년 벨기에산 돼지고기 파동 등 잇따라 터지는 식품오염 사고도 GM농산물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측의 이런 태도를 ‘농산물 자유거래를 막는 핑계’로 보고 있다.

이런 양측의 입장 차이 때문에 금년초 콜롬비아에서 열린 국제협상에서 ‘생명공학안전성 의정서’의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이달말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제3차 무역라운드에서 다시 중심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병기기자> watchdo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