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육 이래서 강하다/투명한 채용]연줄 소용없어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9시 35분


내년부터 한국의 대학들은 교수를 신규채용할 때 타대학 출신자를 3분의 1이상 임용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대학사회는 이런 제도가 없어도 모교출신자를 우대하지 않는다.

미국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 고홍주(미국명·해롤드 고)씨는 하버드대를 최우등으로, 하버드대 법과대학원의 박사과정을 우등으로 졸업했지만 조지워싱턴대를 거쳐 예일대 교수로 안착했다.

★ 他대학 근무 이점 많아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하버드대나 예일대, 그리고 본인에게도 학교를 바꾸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를 바꾸면 학교도, 본인도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보는 것이다.

시카고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자도 럭거스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시카고대 교수가 됐다. 미국의 교수선발 원칙은 실력위주의 공개경쟁이다.

미국 대학들은 학과마다 교수임용위원회(APT)를 두고 있다. 이 위원회는 학술지나 신문광고 등을 통해 교수채용 광고를 낸다. 응모한 후보자 가운데 서류전형을 통해 4,5명을 골라낸 뒤 이들에게 항공권을 제공하면서 학교로 초청한다.

기존 교수들과의 1대1 인터뷰, 박사과정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강의 실연(實演), 학교행정담당자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가장 적합한 후보를 골라 학교측에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후보자들의 실력이 정확히 드러나므로 정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종신재직검사 더 엄격

미국 대학사회의 투명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은 교수의 신규채용보다 동료교수의 종신재직권(Tenure) 부여 심사. 미국의 대학들은 대체로 조교수로 4년, 부교수로 2년이 된 사람을 대상으로 종신재직권 부여 여부를 심사한다. 그리고 탈락한 사람은 대학을 떠나도록 요구한다.

심사절차는 복잡하고 엄격하다. 종신재직권 신청후보와 교수임용위가 각각 외부평가자로 5명씩을 추천한다. 그 가운데 2명씩 모두 4명을 골라 후보에 대한 평가를 맡게 한다. 이들이 후보를 상대로 집단토론을 벌여 후보의 학문적 업적과 교수능력을 평가한 뒤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 과반수가 찬성하면 종신재직권을 부여한다. 이 과정은 보통 한 학기가 걸린다. 그만큼 심사가 철저하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미국 교수들이 상을 휩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교수채용이나 승진 때 투명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의 교수사회에 만연한 연고주의나 ‘보호무역주의’는 미국에서는 낯설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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