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국방장관회담]한반도 긴장완화 긍정역할 기대

  • 입력 1999년 8월 23일 19시 40분


한국과 중국간 첫 국방장관 회담은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에 대한 한국의 군사외교가 더욱 적극적이고 균형있게 추진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회담은 6·25전쟁에서 서로 적대관계로 맞섰던 한중 양국이 사실상 군사적인 화해를 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92년 수교 이후 양국은 정치 경제 문화 체육 등 다방면에서 교류를 강화해왔으나 군사 안보분야에서만은 여전히 비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은 92년 한국과 수교한 뒤 군 고위 관계자의 상호방문을 점차 늘리고 국방장관 회담에도 두차례나 합의했지만 북한을 의식해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했었다.

중국 군지도부는 츠하오톈(遲浩田)국방부장을 비롯해 6·25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북한에 기울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군사교류에 미온적이던 중국이 이번에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을 공식 초청, 국방장관 회담을 연 것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자국의 이익에도 부합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회담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남북한과의 등거리 외교관계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실리를 추구하는 종전의 대(對)한반도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로 한국 미국 일본과 북한간에 긴장이 계속되는 시점에서 그동안 다른 분야의 교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제한적이던 한중 군사교류의 물꼬가 본격적으로 트였다는 사실은 결코 적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북한의 지하 핵시설 의혹과 미사일 발사문제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중국과의 군사외교를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어왔다.

중국은 6·25전쟁 당시 북한정권을 구해줬고 61년 ‘중조(中朝)우호 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한 뒤 지금까지 군사동맹관계를 유지해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남아 있다.

한중 양국의 군사교류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인적 물적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보다 전략적인 차원에서도 적극 전개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향후 군 정보분야 책임자의 상호방문과 군사 학술분야 및 해군 순항부대의 중국 본토 방문 등을 올해안으로 성사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준 중국이 한국과 본격적인 군사교류를 시작하는데 대해 북한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회담이 동북아시아의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을 위한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 미국 중국에 이어 다음달 열릴 예정인 한―러 국방장관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국가와의 전방위적 신뢰구축 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마련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의 성과는 중국군 수뇌부와 대화 채널을 마련해 한반도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중국과도 긴밀한 협조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송상근기자·이종환특파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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