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강진 대형참사 원인]건물 耐震설계 무시 피해커

  • 입력 1999년 8월 18일 18시 39분


터키에서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가 생긴 데에는 지진에 대비한 내진(耐震)설계규정을 무시한 건축업계의 잘못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건축 당국의 감리부실도 가세한 인재(人災)의 측면도 없지 않다.

18일 영국의 BBC방송 인터넷판이 보도한 내용이다.

터키 지역은 두 개의 거대한 단괴가 충돌하면서 생겨난 아나톨리아단층의 영향을 받아 지층이 불안정해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90년대 들어 에르진잔 디나르 아다나를 차례로 강타한 지진은 모두 아나톨리아단층 지대에서 발생했다.

이 단층의 움직임을 주시해온 서방 지진학자들은 몇년 전부터 이즈미트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67년에는 이즈미트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낸 적도 있었다. 특히 92년 영국 국립지질연구소는 이즈미트에서 2020년내에 대지진이 생길 확률이 12% 수준이라고 밝혔다.

불안정한 지층구조와 잇단 지진 때문에 터키 정부는 이즈미트를 비롯한 터키 전역에 대해 건축시 엄격한 내진설계를 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건축업자들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터키 앙카라의 중동기술대학(METU) 폴라트 굴칸교수는 “진앙지인 이즈미트 등은 공업지역으로 유입인구가 많다 보니 건설업자들이 마구잡이로 건물을 지었다”면서 “값싸고 부실한 건축자재를 사용해 피해가 더욱 컸다”고 지적했다.

건축 당국의 감시소홀 탓도 있다. 터키 건축관계자들은 인구 1200만명의 도시 이스탄불의 경우 절반 이상의 건물이 건축 감리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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