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여성건강특집]「건강 화장품」있는가?

  • 입력 1999년 8월 12일 19시 27분


바람둥이인데다 골초이고, 인스턴트 식품에 거의 중독되다시피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도 그는 상어 지느러미 가루를 열심히 챙겨먹는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건강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기 기만적 환상은 여성들에게서도 쉽게 발견된다. 많은 여성들은 특히 건강을 배려했다는 화장품과 미용용품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환상을 품는다.

피부 구석구석에 영양을 제공해준다는 크림의 설명서를 읽어보면 여러 가지 비타민과 함께 식품점을 차려도 될 만큼 많은 종류의 약초 채소 과일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티앙 디오르에서 나온 바이탈라민 크림에는 비타민 C와 E, 마그네슘, 비타민 B군 등이 들어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아침에 시간이 없어 오렌지주스를 마시지 못하는 경우에도 바이탈라민만은 빠뜨리지 않는다.

상당수 사람들은 이밖에 녹차가 들어간 다른 화장품도 애용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녹차에 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에서 권고한 것만큼 많은 양의 녹차를 매일 마신 적은 없지만 화장품은 잊지 않고 바른다. 그리고 이렇게 몸에 좋다는 화장품을 얼굴에 발랐으니 점심은 그냥 사탕 하나로 때워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한편 향기를 통해 사람들의 기분을 바꿔준다는 제품들도 애용되는 것 중 하나다. 10여년전 특정한 종류의 냄새들이 사람들의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후 이런 향기를 첨가한 목욕용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사람들은 마음이 불안할 때면 중국 남부에서 생산되는 세네가라는 식물의 뿌리 추출물로 만들었다는 유안지 베이딩젤을 사용해서 목욕을 한다. 그리고 이 제품의 제조법이 아주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전해 내려온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며 벌써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건강에 관한 여성들의 이같은 환상을 부추기는 데에는 미용실도 한몫을 하고 있다. 여성들을 아름답게 가꿔서 기분을 좋게 해주고, 따라서 건강에도 기여한다는 미용실들은 이제 사실상 건강온천이 되었다.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AF 베네트 미용실과 건강 온천을 운영하고 있는 앤 베네트와 프랭크 베네트는 자신의 미용실이 머리 손질과 마사지 외에 ‘몸과 마음과 영혼의 재생’까지 제공해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들의 2층짜리 미용실은 풍수전문가에게 자문해 건축되었으며 거대한 출입문은 티베트의 목재로 만들어졌다.

(http://www.nytimes.com/specials/women/061399hth-women-cosmeceutical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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