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물 경영」풍산 세계시장 석권기]

  • 입력 1999년 5월 19일 19시 54분


물이 부족한 중동에서는 요즘 나라마다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담수화 작업이 한창이다. 이 공사에 중요한 설비중 하나는 식수를 운반하는 금속관. 사막의 열기를 견뎌내고 ‘금같은’ 물이 날아가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동관(銅管)이 주로 쓰인다.

세계 동관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업체는 다름아닌 한국의 풍산. 30여년간 동(銅) 하나에만 매달려 온 ‘한우물 경영’으로 동 관련 분야에선 세계 바이어들로부터 ‘넘버원’소리를듣고있다.

80년부터 일기 시작한 담수화 동관 시장에서 풍산은 5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확고한 1인자다.

18일에도 풍산은 아랍에미리트의 알타윌라 프로젝트와 쿠웨이트의 아주주르 담수화 사업에 필요한 동합금관 8천여t, 3천7백만달러어치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아부다비인근에 건설되는 알타윌라 담수 설비는 하루 22만4천t의 생활용수를 아랍에미리트 국민에게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

풍산은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등 중동 4개국에 모두 4만여t, 2억달러 어치의 동관을 팔았다. 중동 주민들의 갈증 해소에 풍산이 적잖은 역할을 맡고 있는 셈.

풍산이 세계시장에서 단연 톱을 차지하고 있는 또 하나의 품목은 동전의 재료인 소전(素錢). 이탈리아의 리라, 이란의 리얄, 아르헨티나 페소화 동전이 모두 ‘속’은 풍산제다. 세계 40여개국 동전에 풍산의 소전이 쓰일 정도. 각국 조폐공사에서 풍산이라는 이름은 너무나 유명하다.

올해 출범한 ‘유로화’의 소전도 상당량이 풍산제품이다. 풍산은 작년부터 유로화 소전 5천t을 스페인과 네덜란드에 공급중이다.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에도 곧 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나라간에 교역되는 소전의 60% 가량이 풍산 제품일 정도로 소전 분야에서 풍산의 위치는 넘볼 수 없다.

풍산은 창업자인 류찬우(柳纘佑)회장이 68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4개 계열사만 갖고 있다. 이 4개 계열사도 모두 동 제품 관련 회사들이다.

한눈 팔지 않은 한길 경영이 세계 최고를 가능케 한 ‘비결아닌 비결’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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