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사 14명, 코소보난민에「사랑의 손길」

  • 입력 1999년 5월 4일 19시 33분


《유고군과 경찰의 ‘인종청소’를 피해 코소보를 떠나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로 피신한 60만∼70만명의 알바니아계 난민들의 극심한 고통이 한달을 넘어섰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시점에 계속되고 있는 ‘대재앙의 현장’ 알바니아의 티라나 등에서 사랑의 손길을 펼치고 있는 외국인 중에는 이용범(李龍範·41)목사 등 한국 선교사 14명도 들어 있다. 이목사는 4일 “한국인 선교사들이 제공하는 음식과 의복 등 생필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사는 ‘한국인 천사들’이 난민을 돕는 모습을 소개한다.》

코소보 난민들은 알바니아인 가정에 머물고 있으나 알바니아 정부와 국제구호단체의 손길이 닿지 않아 전적으로 한국선교사들이 지원하는 생필품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선교사들은 한국해외선교회 개척선교부(대표 도문갑·都文甲목사)가 교회와 신자들로부터 수시로 보내오는 후원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선교를 위해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 도착한 김은경씨(35)는 자신의 아파트에 난민 일가족 4명을 받아들여 같이 생활하고 있다.

93년부터 알바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의사 심재두씨(41)는 부인과 함께 난민 임시보호소가 차려진 티라나시내 알란 루씨 스포츠센터에서 난민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 이목사는 “식수마저 부족한 데다 위생상태가 불량하고 기본적인 의약품도 부족해 어린이나 신생아들이 설사와 각종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난민들이 겪는 고통을 전했다.

선교사인 신우영 서원민 제순옥씨 등은 지방도시 폴리챤과 루시냐 등에서 국제구호단체의 일손을 돕고 있다.

선교사 강성숙씨는 한국선교사들이 세운 티라나의 ‘복음교회’에서 난민 아동 50여명을 돌보고 있다.

이목사는 “난민들이 대부분 세르비아 군경에 의해 급히 집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옷가지도 제대로 챙겨나오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더욱 애처롭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들에 따르면 코소보에 머물고 있는 알바니아계 성인 남자 특히 대학교수 등 지식인들은 세르비아 군경의 눈에 띄면 살해될 가능성이 높아 급히 집안에 파놓은 지하실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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