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전쟁 장기화]美-나토 「세계경찰」 위상 판가름

  • 입력 1999년 4월 18일 19시 52분


발칸반도가 ‘세계의 화약고’라는 이름값을 하고 있는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유고 공습이 개시된지 25일이 지났다. 발칸전쟁이 어떻게 귀착될지는 불확실하다. 러시아는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냉전 도래 등 국제질서 재편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

유고가 러시아 및 벨로루시와의 슬라브국가연합을 이룰 것인가. 코소보가독립하거나자치를회복하고 그곳에 외국군대가 주둔할 것인가. 어느 경우든 발칸지도가 바뀌고 세계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전쟁은 창설 50돌을 맞은 NATO의 21세기 위상을 좌우할 공산이 크다. NATO는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 3국의 가입으로 동진(東進)을 시작한 직후에 유고를 공습했다. 이번에 승리한다면 NATO는 동진을 계속하며 세계경찰의 위치를 다지게 될 것이다. 물론 그 핵심은 미국이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다면 미국과 NATO의 국제적 신뢰도는 상처를 입게된다.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은 축소되고 유럽은 독자방위군의 창설을 서두를 수도 있다. NATO의 동진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발칸전쟁은 91년 걸프전쟁과 다르다. 걸프전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응징이었다. 그러나유고공습은연방내에서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정부를 대상으로 유엔도 거치지 않고 NATO가결행했다. 공습의결과는향후 유사한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유고는 코소보주 사태가 국내문제라는 입장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유고 입장을 지지한다. 그러나 NATO는 난민 유출로 지역불안이 발생한 이상 국내문제일 수 없다며 개입했다. NATO는 2월에 시작된 프랑스 랑부예 평화회담에서 △코소보 해방군(KLA) 무장해제 △코소보 자치 인정 △NATO군의 코소보 주둔 등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유고가 이를 거부하고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에 대한 탄압을 계속해 난민이 급증하자 NATO군은 공습에 나섰다.

그러나 공습이후 유고는 ‘인종청소’를 오히려 강화했고 난민도 훨씬 늘어났다. 이는 공습 명분에 대한 회의(懷疑)를 낳았다. NATO는 공습 명분에 ‘난민의 안전귀환’을 추가했다. 전쟁은 장기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NATO는 공습을 6,7월까지 계속할 움직임이다.

발칸분쟁의 향방은 △NATO의 지상군 투입여부 △유고의 대항 능력 △러시아의 추가 대응 △중국의 움직임 등에 영향받을 것이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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