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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1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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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9년전부터 이 일요일은 차츰 다른 뜻의 ‘수퍼볼(Souper Bowl) 선데이’가 되고 있다.
변화의 장본인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조그만 도시 스프링 밸리의 장로교 목사 브래드 스미스. 그는 거의 모든 미국민이 슈퍼볼 경기에 열광하며 하루를 보내는 이날에도 따뜻한 국 한그릇조차 구경할 수 없는 가난한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해답은 교회에 다니는 청소년들과의 토론과정에서 나왔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이날 하루만이라도 식량과 성금모으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청소년들은 그후 슈퍼볼 선데이가 되면 교회 현관에 커다란 국 냄비를 들고 나와 신도들로부터 1달러 또는 한 움큼의 식량을 모았다. 이들이 들고 있는 냄비에서 ‘Souper Bowl’(국그릇)이라는 절묘한 조어(造語)가 비롯됐다.
불우이웃을 돕자는 취지, 청소년에게 자원봉사의 기쁨을 가르치는 캠페인, 그리고 이름까지 3박자가 모두 좋은 덕분에 수퍼볼 캠페인은 금세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첫해에는 지역의 22개 교회가 참여, 5천7백달러를 모았다. 이듬해에는 주단위로 번져 1백24개교회가 더 동참했고 3년만에 사우스 캐롤라이나주를 넘어 전국적인 불우이웃돕기 운동으로 커졌다.
지난해에는 미 전역 50개주에서 8천5백77개의 교회가 참여해 1백70만달러가 모금됐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올해분을 제외해도 지난 9년동안 4백40만달러가 쌓였다.
성금은 단지 합산만 할 뿐 한 데 모이는 것은 아니다. 각 교회는 스미스목사가 개설한 전화로 수퍼볼 선데이에 동참해 얼마를 모았다는 신고를 한 뒤 알아서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고 있다.
스미스 목사는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청소년들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행동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