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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6월 5일 0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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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인권차관보로 취임할 경우 정치적 억압에 반대, 망명을 선택했던 선친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신념을 대를 이어 세계에 전하게 되는 셈이다.
그의 선친 고광림(高光林·89년 작고)박사는 장면(張勉)정권 때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로 있다 5·16 군사쿠데타가 터지자 이에 항의, 미국에 망명한 학자출신 외교관. 작고할 때까지 코네티컷주립대 교수로 재직했다.
고교수는 4일 전화통화에서 “내 이름이 그 자리에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그러나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겸허하게 말했지만 그는 향후 대법관후보로도 거명될 만큼 인권차관보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75년 하버드대를 최우등생(Summa Cum Laude)으로 졸업한 그는 하버드대 법과대학원에서 우등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학자 변호사 인권운동가로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왔다.
31세이던 85년 일약 예일대법대 교수로 임명된 뒤 마이클 라이스먼교수와 함께 뉴헤이븐학파를 이끌고 있다. 국제법분야의 권위자인 그는 특히 90년 ‘국가 안보 헌법―이란 콘트라사건 이후 권력의 분할’ 이라는 책으로 미 정치학회가 수여하는 리처드 노이슈타트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뉴욕의 아시아 아메리칸 변호사협회로부터 ‘올해의 아시아 아메리칸 변호사’, 미국의 법률전문지로부터는 사회정의를 위해 봉사하는 45명의 변호사 중 1명으로 각각 선정됐다.
인권운동기구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이사로 활약하면서 쿠바 난민의 강제추방에 항의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며 의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미국의 아이티침공에 반대, 주목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인권운동가들 사이에서 “정치가 아니라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로 존경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4남2녀중 3남인 고교수의 집안은 선친과 저명한 인류학자인 어머니 전혜성(全惠星·69)박사를 비롯, 하버드 예일 MIT 등 명문대에서만 12개의 박사학위를 받은 수재 가문. 예일대 출신인 이홍구(李洪九)주미대사는 “그의 집안은 예일대에서도 가장 훌륭한 명문가로 꼽히고 있다”며 그의 발탁 가능성을 환영했다.
고교수가 차관보로 지명되면 한국출신 미국 최고위직 공무원이 된다. 그동안 필 그램 상원의원의 부인인 한국계 웬디 리 그램여사가 장관급인 연방선물교역위원회(CFTC)위원장을 지낸 적이 있지만 CFTC위원장은 정규 공무원은 아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