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투자자들,한국증시 신뢰감 상실…최근 초우량株 처분

  • 입력 1997년 10월 31일 20시 14분


지난 92년 한국증시에 첫 선을 보인 외국인들이 진출 6년만에 「황소개구리」로 변신, 주가 폭락을 주도하고 있다. 개방원년인 92년에는 외국인의 종목당 투자비율이 10%로 주식수 기준으로 할때 4.13%에 그쳐 외국인들의 증시 장악력은 미미했다. 89년 4월 사상 처음 1,000고지를 돌파한 증시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92년8월 459까지 주저앉았다. 31일 지수(470)와 거의 비슷한 수준. 폭락장세가 펼쳐진 92년 8월 증시와 97년 10월 증시는 경기저점기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92년에는 경기순환상 불황이 끝나가는 시기로 구조적인 침체기는 아니었던 반면 97년은 대기업의 연쇄도산, 금융기관 부실화, 외환 및 금융시장 불안 등 나라 경제 시스템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외국인들도 이런 점때문에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 한국주식의 투자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증권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외국인들이 현재 집중적으로 처분하고 있는 주식은 한전 포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이른바 초우량 주식. 특히 한전의 경우 이달들어 총 1천2백만주를 팔아치웠으며 포철도 수십만주를 매도하는 등 매도공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 한전은 평균매수단가(2만5천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저가(31일 현재 1만3천7백원)에도 「주저없이」 내던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8월에는 투자한도 추가확대에 대비, 현금확보 차원에서 주식을 팔았지만 지금은 「한국 탈출」을 위해 주식을 팔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남투자신탁증권 이계원(李啓元)투자분석부장은 『최근 외국인 매도를 11월 3일 한도확대에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며 『현재 상황은 그만큼 비관적』이라고 털어놨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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