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환율몸살」해외사업 혼란…동남아 중개상들 주문취소

  • 입력 1997년 10월 30일 19시 47분


환율폭등과 해외금융불안이 겹치면서 수출입은 물론 해외수주 투자 등 기업들의 해외거래가 큰 혼란에 빠졌다. ▼수출〓홍콩 등 동남아 주식시장의 대폭락으로 자금이 묶인 중개상들이 주문을 취소하는가 하면 수출단가를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30일 한국무역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시장 의존도가 40%를 차지하는 폴리에스테르 등 직물업계는 수출상담 성수기를 맞았으나 최대 수입상인 홍콩바이어들이 홍콩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자금이 묶여 수입주문을 대폭 줄이거나 기존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우중공업과 현대정공 등 기계류 수출업체들은 동남아 수요업체들이 주문 및 상담을 중지해 현지 딜러들의 주문이 거의 끊겼으며 재고가 소진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추가주문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수입〓수입의존도가 높은 식품 제지 철강업체 등은 환율안정을 기대하며 수입거래를 연기하고 있지만 원가상승요인을 내수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제일제당 롯데제과 등 식품업계는 환율급등을 피하기 위해 원자재수입을 당분간 연기하고 있으나 환율급등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지업계나 철강업체들도 원자재의 50%이상을 수입, 2∼5%의 가격상승요인이 발생했으나 제품가격의 유연성이 없어 속수무책인 상태. 특히 철강업체는 평소 재고물량이 1개월정도에 불과해 환율급등이 1개월이상 계속될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외건설〓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업체들이 자금을 직접 조달, 사업을 벌이는 투자개발형사업. 한국의 신용도가 낮게 평가됨으로써 차입금리가 이미 오른 상태에서 금융불안으로 인한 부담이 늘어나 평균 2∼4%의 공사비용이 늘어나기 때문. 이에 따라 업체들은 공사계약 시점을 늦추거나 이미 계약된 공사는 착공시기를 늦추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미주지역에서 활발한 주택관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D사의 경우 최근 3억∼4억달러 규모의 주택개발사업 2건을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영이·박래정·황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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