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사 망명／전문가 진단］對美관계 큰 변화 없을듯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의 망명사건은 金正日(김정일)이 신임하는 혁명 2세대가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줍니다. 북한 체제에서 온갖 특혜를 받고 성장한 이들의 동요는 또 다른 북한 지도층의 이반 현상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金學俊(김학준)인천대 총장은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무엇보다 김정일과 호흡을 같이 해 온 전후세대의 북한탈출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黃長燁(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망명 이후 해외 공관원 등에 대한 북한의 단속이 부쩍 강화된 상태에서 장씨 형제가 망명했는데…. 『북한 정권의 장악력과 통제력이 크게 이완돼 이제 감시자들 마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의 현 상황은 「감시자를 누가 감시하느냐」는 정치학의 오랜 명제가 실감나는 단계에 이른 셈이다』 ―황장엽씨의 망명이 이번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주체사상의 대부마저 북한을 떠나는 현실이 장씨의 결심을 촉진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장씨는 아마도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북한 체제의 장래를 고민해 오다 황씨의 망명을 보고 같은 길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인 망명 동기를 무엇이라고 보아야 할지. 『발단은 지난해 잠적한 아들 문제였겠지만 결국은 김정일정권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집트는 한국이 북방외교를 추진할 때도 수교를 할 수 없었을 만큼 북한과의 유대가 강한 국가다. 장씨는 그 곳의 북한대사로 나올 만큼 성분과 사상이 단단했겠지만 국제사회의 흐름을 목도하며 신념이 흔들렸을 것으로 본다』 ―이번 일이 북한과 미국의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가. 『양측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단계인 만큼 미국의 입장이 난처해진 측면이 있지만 큰 변화는 없을 듯 하다. 대미관계 개선에 정권의 생존을 걸고 있는 북한으로선 장씨 망명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경색시킬 수 없는 실정이다. 황장엽씨 망명이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총장은 결론적으로 『장씨 사건은 북한 정권의 동요를 시사하는 것이지만 현재 북한의 체제나 국가 자체가 동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잇단 망명 사건이 북한의 붕괴로 당장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