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인수합병 바람]기업의 적인가 구세주인가

  • 입력 1997년 6월 8일 19시 58분


최근 인수합병(M&A)의 회오리가 전세계 경제계를 강타하고 있다. 리엔지니어링 리스트럭처링 바람이 한물 간 대신 「적과의 동침」으로 불리는 M&A가 경쟁력강화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M&A가 가장 활발한 곳은 역시 미국으로 AT&T와 SBC의 합병계획이 최근 발표됐고 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의 합병도 추진돼 항공기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보잉의 공룡화에 위협을 느낀 유럽 4개국의 컨소시엄기업 에어버스는 기존의 느슨한 조직형태를 포기, 주식회사로 발족키로 하는 등 세계항공기산업에 새틀짜기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작년 미국에서는 인수금액이 1백억달러를 넘는 매머드급만도 7건이나 됐으며 규제완화가 본격화된 정보통신 및 금융부문에서 가장 활발했다. 유럽에서도 지난 5월 영국의 기네스사와 그랜드메트로폴리탄사가 합병, 조니워커 위스키와 스미르노프 보드카가 한 회사에서 만들어지게 됐다. 또 네덜란드의 ING그룹이 파산한 베어링은행을 합병한 것을 시작으로 독일의 드레스너은행이 크라인보르트은행을 인수했고 프랑스의 양대 투신인 AXA사와 UAP사가 합쳐 세계최대의 투신사로 탈바꿈했다. M&A에는 국경도 영역도 없다. 지난4월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이 미국 장거리통신시장의 잠재력을 노리고 미국의 MCI를 「월경(越境)인수」했다. 또 오스트리아 빈 증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와의 합병을, 아일랜드의 더블린증시는 런던증시에 위탁경영을 각각 모색중이다. 이처럼 M&A가 활발해진 것은 △각국정부의 규제완화로 합병이 쉬워졌고 △세계경기활황으로 인수자금조달이 가능해졌으며 △특히 경쟁격화로 생존의 필요가 절박하기 때문. 모건 그렌펠의 투자분석가인 마르쿠스 라우츠는 『기술발전속도가 급속한 현재의 경영환경에서 살아남는 길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과 △모자라는 것을 밖에서 얻는 것 둘뿐』이라며 『후자쪽이 훨씬 쉽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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