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대통령선거에서 맞대결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 제1서기가 2인3각으로 프랑스를 이끌게 됐다.
1일 실시된 총선 결선투표 결과 좌파연합(사회당 공산당 녹색당)이 3백19석을 얻어 2백57석을 얻은 우파연합에 승리, 우파 출신의 시라크 대통령과 사회당의 조스팽 총리가 좌우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를 구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코아비타시옹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시절인 86년과 93년에 이어 세번째이며 우파대통령 밑에 좌파내각이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라크와 총리지명이 확실시되는 조스팽은 소속정당이 다른 것처럼 각종 정책에 관해 견해차가 커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요리해갈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은 최대의 현안인 유럽통합문제를 비롯, 실업 및 고용대책, 재정적자 축소, 각종 사회보장 개혁, 조세정책, 공기업 민영화 등에 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협조」보다는 「갈등」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라크 대통령은 서구사회 최대문제인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회복을 통한 경제활성화, 정부지출과 사회보장 혜택 축소, 비능률적인 공기업 민영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는 취임이후 알랭 쥐페 전총리를 내세워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개혁정책을 강도높게 추진해왔다.
반면 조스팽 사회당 제1서기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 정책」을 주장하면서 국민에게 파고들었다. 실업문제와 관련, 그는 노동시간을 현재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고 꼭 필요한 공기업은 국가가 계속 맡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조스팽은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급격한 축소에도 반대한다. 따라서 유럽화폐통합을 위한 재정적자 축소 기준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게다가 시라크 대통령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데다 조스팽도 시라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두 사람은 정책은 물론 성격차이에 의한 대립을 보일 가능성도 크다. 시라크는 지난 86년 첫번째 동거정부에서 총리로 일하면서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으로부터 온갖 견제를 받아 시달린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이 그대로 조스팽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대선이 무려 5년이나 남았다는 점에서 이번 동거정부는 과거 두차례의 동거정부와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미테랑과 시라크는 대선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동거정부를 구성, 차기대권을 염두에 두고 사사건건 대결을 벌였으나 시라크와 조스팽은 한참 남은 대권싸움보다는 스스로 옳다고 판단되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파리〓김상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