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산림에너지자립마을 가보니
나무 베고 남은 목재 부산물 활용
산림바이오매스로 에너지 생산해
중앙난방 방식으로 가정에 보급
지난 16일 충북 괴산군 산림에너지자립마을에서 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가 목재칩을 활용한 보일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신경 쓸 일 하나 없어서 세상 편해요. 알아서 뜨거운 물 나오지, 추우면 따뜻하게 해주지. 효자가 따로 없어.”
지난 16일 오전 충북 괴산군 장안면 장암리에서 만난 신점순 씨(88)는 부엌에서 따뜻한 물로 설거지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신 씨는 “기름보일러에서 중앙난방 방식으로 바꾼 지 2년이 됐는데 난방은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살아서 좋다”며 “불이 날 걱정도 덜고 보일러 스위치를 켜고 끌 필요도 없어 자식들이 사는 아파트 같다”고 했다.
24일 산림청에 따르면 신 씨를 포함해 57가구가 사는 이곳은 나무를 베고 남은 부산물인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열과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에너지자립시스템을 구축한 산림에너지자립마을이다.
충북 괴산 산림에너지자립마을은 산림청이 63억 원을 투입해 2022년부터 조성했으며, 발전 설비를 갖춘 뒤 2024년 8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은 중앙난방 방식을 통해 언제든 따뜻한 물을 사용할 수 있다. 에너지는 옛 장연초등학교 장풍분교 부지에 조성된 담바우에너지공급센터에서 생산해 배관을 통해 각 가정으로 공급된다.
2층 규모의 센터 건물 1층에는 400㎾급 독일산 보일러와 국산 보일러가 각각 1대씩 설치돼 있다.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잘게 부순 목재칩을 연료로 사용해 열에너지를 생산한다. 센터를 운영하는 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는 “난방용 등유를 kW당 단가로 환산하면 약 190원 수준”이라며 “현재 산림바이오매스로 생산한 에너지는 kW당 132원 정도이며 내년 1월부터는 11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열병합발전기 시험 가동도 마쳤으며, 앞으로 전기와 열을 함께 생산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림에너지자립마을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재생에너지 2030 이행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고 분산형·참여형 에너지 시스템을 확산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분산에너지는 소규모 발전시설을 지역에 설치해 에너지 소비지에서 직접 생산·소비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발전소에서 소비지까지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 없이도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괴산에 앞서 전북 완주에도 44억 원을 들여 산림에너지자립마을이 조성돼 2024년 1월부터 복지센터 2곳, 중학교 기숙사 1곳, 경로당 3곳이 목재칩 보일러를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
산림청은 2027년까지 경북 영덕군 남정면 도천리 일대 105가구를 대상으로 산림에너지자립마을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시범 운영 모니터링 결과 괴산은 기존 대비 약 26%, 완주는 약 25%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관계자는 “외국산 보일러의 유지·보수 문제와 충분한 수요처 확보, 안정적인 연료 수급 등의 과제를 보완한다면 산림자원을 활용해 에너지 공급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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