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군 창포리 풍력발전기 화재 사고 이틀째인 24일 오후 발전기 타워가 심하게 훼손돼 있다.(독자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3.24 뉴스1
23일 화재로 작업자 3명이 숨진 경북 영덕군 풍력발전단지의 발전기 24기가 전부 설계수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나, 영덕군이 전면 철거를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찰은 설비 자체의 결함인지, 작업 과정의 안전관리 부실인지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4일 영덕군 등에 따르면 전날 사고가 발생한 19호 발전기를 포함한 단지 내 24기는 모두 2005년 준공돼 설계수명인 20년을 넘겼다. 설계수명은 정상 운전이 보장되는 기간을 뜻하지만, 이를 넘겼을 때 설비를 강제 교체하거나 철거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아직 없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지은 지 20년이 지나 낡은 데다 사고가 발생한 만큼 정부에 전면 철거를 강력히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준공 후 20년이 지난 발전기는 전국에 80기이고, 5년 뒤면 208기로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19호 발전기의 화재 발생 신고는 전날 오후 1시 11분경 접수됐다. 신고 뒤 해당 발전기에서는 블레이드(날개) 1개가 부러져 떨어졌다. 당시 발전기 내부에서 점검 작업 중이던 김모 씨(42)와 문모 씨(58), 전모 씨(45) 등 3명은 이 블레이드 내부와 지상 출입구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작업 공간인 발전기 안에는 화재 시 로프를 타고 내려올 수 있는 비상 탈출 시설이 갖춰져 있었으나 작업자들은 이를 이용하지 못했다. 경찰은 안전장치가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탈출을 시도할 틈도 없이 불길이 번진 것인지 조사 중이다.
작업 당시 안전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는지와 작업자 교육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경남 거제시에 본사를 둔 정비 업체 E사는 전 직원이 7명으로, 이번에 숨진 3명 중 2명은 계약직 근로자였다. 숨진 전 씨의 친형인 E사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에 “3월에 작업하는 건 이례적인데 (운영사로부터) 긴급 수리 요청이 와서 응했다”라며 “고인들 모두 고도로 훈련된 작업자였고, 당시 불똥이 튈 만한 작업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경찰은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감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난 발전기가 지상 80m 높이의 고공에 있는 데다 화재와 충격으로 구조물이 약해져 붕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현장 감식은 크레인을 동원해 발전기를 철거한 이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피해자들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경북경찰청 중대재해수사팀은 업체 관계자 등을 조만간 불러 조사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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