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많을수록 돈 되는 ‘행위별 수가제’… 정작 복잡한 진료는 외면[홍은심 기자와 읽는 메디컬 그라운드]

  • 동아일보

시술 많으면 병원 수익 증가 구조
소아암 등 복잡한 진료는 적자 나
의료계 “준비-관리도 수가 반영을”

소아암 치료는 단순한 검사나 수술로 끝나지 않는다. 항암 치료, 감염 관리, 수혈, 영양 관리가 동시에 이뤄지고 여러 진료과가 함께 참여한다. 실제로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데 보상은 제한적으로만 이뤄진다. 의료 현장에서 “소아 환자를 볼수록 손해가 커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동아일보DB
소아암 치료는 단순한 검사나 수술로 끝나지 않는다. 항암 치료, 감염 관리, 수혈, 영양 관리가 동시에 이뤄지고 여러 진료과가 함께 참여한다. 실제로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데 보상은 제한적으로만 이뤄진다. 의료 현장에서 “소아 환자를 볼수록 손해가 커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동아일보DB
홍은심 기자
홍은심 기자
병원에서 진료비는 어떻게 정해질까. 혈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수술처럼 각각의 의료행위마다 가격이 따로 붙는다. 이렇게 행위 하나하나에 값을 매겨 반영하는 방식을 ‘행위별 수가제’라고 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기본 구조다.

이 제도는 단순하다.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비용을 계산한다. 문제는 이 구조가 실제 의료 현장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행위별 수가제는 ‘많이 할수록 돈이 되는 구조’다. 실제로 검사나 시술이 늘어나면 병원 수익도 늘어난다. 그러나 복잡한 진료에서는 다르게 작동한다. 손이 많이 가고 과정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적자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환자를 오래 관찰하거나 상태를 설명하고, 여러 진료과가 함께 치료 방향을 조율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거나 보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가 행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치료 과정 전반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아암 치료는 단순한 검사나 수술로 끝나지 않는다. 항암 치료, 감염 관리, 수혈, 영양 관리가 동시에 이뤄지고 여러 진료과가 함께 참여한다. 한 번의 시술에도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진정 전담 인력, 보조 인력 등 여러 사람이 동시에 투입된다. 소아 환자는 약물 반응 예측이 어려워 검사 전후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항암제 투약 역시 정밀한 계산과 조제가 요구된다. 실제로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데 보상은 제한적으로만 이뤄진다. 현장에서 “소아 환자를 볼수록 손해가 커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 현장에서는 준비와 관리 과정까지 수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소아 환자는 작은 변화도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런 과정 자체가 치료의 일부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개별 행위로 나눠 수가를 붙이는 방식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행위가 늘어날수록 의료비가 증가하고 행위 중심 구조가 더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위별 수가제나 모든 과정을 쪼개 수가를 붙이는 방식 모두 한계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위별 수가제의 대안으로 ‘통합 진료 수가제’를 거론한다. 검사, 치료, 관리까지 하나의 치료 과정으로 묶어 보상하는 방식이다. 환자 단위로 진료 전체를 평가하기 때문에 개별 행위로 나눌 수 없는 복합적인 치료를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소아암은 여러 진료과가 함께 치료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라며 “행위 하나하나에 수가를 붙이는 방식으로는 실제 진료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위별 수가제의 문제는 이미 현장에서 반복해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어린 암 환자를 위한 복잡한 치료를 행위 단위로만 평가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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