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등 희귀질환 앓는 소아청소년 8만명 넘는데… 재활-정서안정 돕는 지원 예산 23억뿐

  • 동아일보

투병중 일상 유지-정상발달 필요
완화의료 제공 의료기관 12곳 그쳐
내년 예산 1인당 3만원꼴 지원

“루아야, 우리 오늘은 티니핑 같이 색칠하면서 이야기해 볼까?”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10층 어린이 병동. 안정희 미술치료사가 인기 캐릭터 ‘티니핑’이 그려진 색칠 공부를 내밀자 최루아 양(6)은 웃으며 종이를 받아 들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최 양은 2021년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모구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지난해 말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올해 8월 재발해 항암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일환인 미술치료는 하루 종일 병원에 있는 최 양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중증·희귀 난치질환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심리적 지원, 의료적 조언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최 양처럼 희귀질환을 앓아 산정특례 대상인 소아청소년은 지난해 8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재활, 정상 발달을 돕는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예산은 내년에도 23억 원에 그친다.

● 지난해 중증·희귀 난치질환 소아청소년 8만 명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암, 중증 화상, 희귀질환, 중증 난치질환 등으로 산정 특례 등록된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은 2022년 7만4608명, 2023년 7만7648명, 2024년 8만2272명으로 증가했다. 산정특례는 의료비 부담이 큰 중증·희귀 난치질환 환자가 본인부담금을 5∼10%만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소아청소년 중증 질환 환아가 8만 명을 넘으면서 이들의 사회적, 정서적 안정을 위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사업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이뤄 소아청소년 환아와 가족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에 대해 사회·심리적 지원, 의료적 조언 등을 제공한다.

어린 나이일 때부터 중증 질환으로 투병하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일반 아동보다 높아 정상적인 발달이 어려울 수 있다. 긴 투병 생활과 막대한 의료비 등에 지쳐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있다.

● 내년도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예산 23억 원뿐

최 양과 가족은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 참여하면서 점차 일상을 회복했다. 면역 저하와 항암 부작용으로 인한 심정지와 신장 기능 저하로 50일간 중환자실에 입원하며 몸이 힘들었지만 완화치료가 큰 힘이 됐다. 어른도 견디기 힘든 투병 생활에서도 최 양은 그림을 그리거나 피규어로 논다. 엄마와 수다를 떨고, 재활 운동을 하면서 최대한 병원 밖과 비슷한 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 양 어머니는 “완화의료를 받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전국 12곳에 불과하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예산은 2022년 18억2000만 원에서 내년도 22억8400만 원으로 5년간 4억6400만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인당 지원액이 3만 원이 안 되는 셈이다.

현장에서는 성인 대상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처럼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도 수가를 지급하는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더 많은 아이에게 완화의료를 제공하고 싶어도 인건비 부족으로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고 했다.

최선희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 간호사는 “중증 소아 재택의료 활성화 등 중증·희귀 난치질환 환아와 가족들이 집에서 지낼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중증난치질환#희귀질환#완화의료#산정특례#의료비부담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