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지원자에 이뇨제 커피 먹여 ‘굴욕’ 유도한 佛공무원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8일 11시 49분


9년간 채용 면접자 240명에 범행
화장실 못 가게 하고 “소변보고 싶어?”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는 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는 사진. Gettyimagesbank
프랑스의 한 고위 공무원이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강력한 이뇨제가 섞인 음료를 건네고, 그 반응을 기록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약 9년 동안 이어진 범행으로 피해자는 24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현지 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문화부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크리스티앙 네그르는 여성들에게 약물을 투여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그는 약 9년간 면접을 보러 온 여성 지원자들에게 커피나 차에 강력한 이뇨제를 몰래 타서 제공한 뒤, 약효가 나타나는 시점에 장시간 도보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A씨는 예의상 네그르가 건넨 커피를 마신 뒤 도보 면접을 진행하던 중 급격한 배뇨 욕구를 느끼기 시작했다. A씨는 “손이 떨리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얼굴이 달아올랐다”고 회상했다. 이에 A씨는 휴식을 요청했지만 네그르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A씨는 인근 터널 안에서 웅크린 채 소변을 해결해야 했다. 이때 네그르는 곁으로 다가와 재킷을 벗으며 “내가 널 지켜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수’로 면접을 망쳤다고 자책한 A씨는 결국 구직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경찰의 연락을 통해 자신이 약물 피해자였음을 알게 된 A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2011년 문화부 관리 비서직에 지원했던 B씨 역시 네그르가 건넨 커피를 마신 뒤 갑작스러운 요의를 느꼈다. 화장실을 가겠다고 요청하자 네그르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소변보고 싶어?”라고 물었다. B씨는 “마치 어른이 아이에게 묻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결국 화장실 이용을 거부당한 B씨는 카페 계단을 오르다 참지 못하고 옷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피해자 C씨도 약 2시간의 도보 면접 동안 여러 차례 화장실 사용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사무실로 돌아와서야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 C씨는 “어지러워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며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피해 사실을 알게된 후 C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를 떠났다.

네그르의 범행은 2018년 그가 동료 여성 직원의 다리를 몰래 촬영하다 신고당하면서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네그르의 컴퓨터에서 ‘실험’이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을 발견했다. 그 안에는 약물을 투여한 시간, 여성들의 반응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네그르는 2019년 공직에서 해임됐지만, 사건이 지연되는 동안 민간 기업에서 일할 수 있었다.

피해자 측 변호사 루이즈 베리오는 네그르의 행위에 대해 “겉으로는 성적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굴욕과 통제를 통해 여성의 신체에 대한 권력과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6년 동안 재판이 지연된 것은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한 것과 다름없다”며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더욱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여러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 재판이 미뤄진 것에 대해 분노와 무력감을 호소했다. PTSD 진단을 받은 A씨는 “수년간 스스로를 탓했고, 아예 취업 지원 자체를 피하게 됐다”며 “이런 일이 그 누구에게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면접#이뇨제#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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