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가 쏘아 올린 ‘금산분리 완화’…재계 “투자금 조달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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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자금조달 효율화 주장…구윤철 “금산분리 완화 논의”
일반지주사 금융사 소유 금지·대기업 내 자산운용사 출자제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루나미엘레 그랜드볼룸에서 성장지향형 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혁신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20/뉴스1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루나미엘레 그랜드볼룸에서 성장지향형 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혁신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20/뉴스1 ⓒ
경제계가 천문학적인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 등 자금 조달 관련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나섰다. 정부 역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금산분리 완화보다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정부와 경제계간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신산업 분야의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한 방안에 대해 “금산분리 완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날(19일) 최 회장이 국민의힘과의 정책 간담회에서 ‘기업들이 대규모 외부 자금을 조달해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이 금산분리 완화를 건의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란 확산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구윤철 부총리도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신산업 분야 투자를 우선 지원하겠지만, 그래도 자금이 부족해 대규모 자본 조달이 꼭 필요하다면 금산분리의 근본적인 정신은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금산분리 완화 어떤 도움? 펀드 통한 자금조달 가능해져

금산분리 비금융회사(산업자본) 금융회사가 상호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으로 △금융 회사의 건전성 유지 △특정 기업집단에 대한 경제력 집중 방지 △산업 위험의 금융 시스템 전이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다. 현행법상 비금융회사(산업자본)는 금융회사 주식 4% 이상 소유할 수 없고,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해 왔다. 다만 이 경우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고, 회사채 발행은 부채 비율 증가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이자 비용 등 단점이 있다.

반면 펀드를 통한 외부자금 조달은 지분 희석을 최소화해 경영권·지분 가치를 보호할 수 있다. 또 일반 회사채보다 만기가 길고 운영 목적에 맞게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지주회사가 예외적으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통해 투자 펀드를 조성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외부 출자 비중이 40%로 제한되고 투자 대상도 벤처기업에 한정돼 있어 조 단위의 대규모 시설 투자 자금 조달이나 인수·합병(M&A)에는 한계가 있다.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경우 증손회사 설립 시 100% 지분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합작투자(JV)를 통한 유연한 사업 구조 개편과 자금 조달이 차단된다.

기존에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삼성, 한화 등)의 경우 그룹 내 자산운용사가 조성한 펀드가 동일 기업집단 내 산업 계열사에 투자하는 것이 제한된다.

자산운용사 소유·상호출자제한 완화 주장…경계 의견도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현행 법령 개정을 통해 일반 지주회사가 자산운용회사를 소유해 GP(업무집행조합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상호출자 제한 규정을 완화해 사모펀드(PEF)를 통한 자금 조달과 계열사 투자의 유연성 확보를 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서 금융 시스템 건전성에 미치는 위험이 낮다”며 “펀드를 통해 연기금, 보험사 등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 쉬워 신산업 자금 조달을 효율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은 금융 계열사·연기금·대기업 간 대규모 공동 펀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금산분리 섣부르게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가 소유한 자산운용사의 경우 금융지주법에 따라 금융위의 엄격한 감독을 받는다”며 “일반지주사가 자산운용사를 소유하게 되면 덜 엄격한 내부거래 규제를 적용받아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변한 만큼 경직된 금산분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 필요성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편의적으로 제도를 바꾸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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