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도 뉴델리의 ‘붉은 요새(레드 포트)’ 유적지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자량 폭발 현장에 불에 탄 차량 등 잔해가 널려 있다. 2025.11.11 뉴델리=AP/뉴시스
인도 수도 뉴델리의 주요 관광 명소인 ‘붉은 요새(레드포트)’ 인근에서 10일 오후 발생한 차량 폭발 사고로 최소 9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 당국은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델리 국제공항, 지하철역, 정부 청사 등에 높은 수준의 보안 경보도 발령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2분께 레드포트 인근 지하철역 출구 근처 교차로에서 저속 주행하던 현대차 ‘i20’ 차량이 정지 신호에 멈춘 뒤 폭발이 일어났다. 당시 차량에는 3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가 보도한 현장 사진에는 깨진 유리창과 뒤틀린 차량 잔해, 불기둥이 치솟는 차량의 모습이 담겼다.
아미트 샤 인도 내무장관은 “테러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국가정보국(NIA), 국가안보국(NSG), 과학수사팀을 현장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폭발물 단속법과 함께 대테러법인 불법활동방지법(UAPA)을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7세기에 지어진 붉은 요새는 이슬람 왕조인 무굴제국의 유적이다. 연방의회 건물에서 6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매년 8월 15일에는 현직 총리가 이곳에서 독립기념일 연설을 한다. 당국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요새를 3일간 폐쇄하기로 했다.
인도 매체 NDTV는 경찰이 카슈미르 출신 의사 3명을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 중 한 명이 임차한 주택이 사고 현장으로부터 약 30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차량 폭발 몇 시간 전 이곳에서 질산암모늄 등 폭약성 물질 360kg이 발견됐다. 해당 의사는 2019년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파키스탄 기반 무장단체 자이시에무함마드(JeM)가 인도 경찰관 40여 명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된 혐의로 수배 대상이었다.
인도 당국이 카슈미르 지역을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파키스탄이 차량 폭발 사건의 배후일 가능성을 의심하는 가운데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법원 건물 인근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폭발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아직 없으나, 파키스탄 당국자는 CNN에 “최근 국경 인근에서 분쟁을 벌인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및 인도와 연계된 무장세력이 테러를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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