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사귈래요’ ‘공짜표 쏠게요’ SNS에 속지마세요, 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해외 스타들 계정 사칭에 골머리

비욘세(왼쪽 사진)와 네이마르(오른쪽 사진).
비욘세(왼쪽 사진)와 네이마르(오른쪽 사진).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세요.’ 아프고 가난한 아이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기부를 요청하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진짜일까? 가짜다. 지난해 말 윈프리는 “내 이름을 도용해 인스타그램에서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사기”라고 경고했다.

유명 인사를 사칭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문제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유명 인사 사칭 계정에 속는 팬들이 늘면서 이름을 도용당한 유명 인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미국의 인기 컨트리 싱어송라이터 킵 무어는 최근 한 남성으로부터 “내 부인이 온라인에서 당신과 연애를 시작했고 나를 떠나갔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부인의 SNS 프로필을 눌러보니 다섯 아이를 둔 60세 여성이었다. 그는 공연장에서 종종 이혼 서류를 들고 자신을 찾아와 “이제 우린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여성 팬들을 만난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무어 사칭 계정은 페이스북에 최소 28개, 인스타그램에 61개다.

또 다른 유명 컨트리 가수 트레이스 애드킨스도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공연 때마다 “온라인에서 무료 공연 티켓을 주고 백스테이지 투어를 시켜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이를 요구하는 팬들이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NYT는 직접 애드킨스 사칭 계정에 접속해봤더니 기부를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해당 계정은 애드킨스의 딸을 사칭한 계정을 통해 “최근 자선단체 활동을 시작했다”며 입원한 한 남성의 사진을 보낸 뒤 “이 남성의 병원비를 위해 1만4700달러(약 1646만 원)를 기부하라”고 요구했다. 57만 명의 페이스북 팔로어를 거느린 제임스 마틴 예수회 신부는 “사칭 계정들이 내 이름으로 가톨릭 자선단체를 비판하는 등 끔찍한 내용을 (SNS에) 올린다”며 “지옥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곳이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NYT가 유명 인사 사칭 계정 삭제 업체 ‘소셜 임포스터’를 통해 브라질 축구선수 네이마르, 가수 설리나 고메즈 등 유명 인사 10명의 사칭 계정 수를 분석한 결과 4월 기준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에서 약 9000개의 사칭 계정이 확인됐다. 네이마르 사칭 계정이 1676개로 제일 많았고 고메즈 사칭 계정이 1389개로 그 다음이었다. 가수 비욘세는 714개, 테일러 스위프트는 233개의 사칭 계정이 발견됐다.

많게는 1000개가 넘는 사칭 계정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SNS 계정을 개설하는 절차가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 사칭 계정을 만들어본 잭 니카스 NYT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1시간 안에 내 원래 계정과 이름, 사진, 직업이 똑같은 계정을 8개 만들 수 있었다”며 “각각 다른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가능했다”고 밝혔다.

‘가짜 뉴스’로 홍역을 치른 SNS업체들은 가짜 계정 색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6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위터는 최근 매일 100만 개 이상의 가짜 계정을 차단하고 있고 페이스북도 1∼3월 약 5억8300만 개의 가짜 계정을 삭제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sns#사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