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문식 “야동 중독 연기, 솔직히 수위 더 셌으면 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12일 06시 57분


영화 ‘중독노래방’으로 돌아온 배우 이문식은 “흥행에 대한 기대보나 가치 있는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접목한 이야기에서 그는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인물로 관객과 만난다. 사진제공 | 리틀빅픽쳐스
영화 ‘중독노래방’으로 돌아온 배우 이문식은 “흥행에 대한 기대보나 가치 있는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접목한 이야기에서 그는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인물로 관객과 만난다. 사진제공 | 리틀빅픽쳐스
■ 영화 ‘중독노래방’으로 돌아온 이 문 식

절망에 빠진 인물 표현…끊었던 담배 다시 물어
결혼·아이들 대안학교…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
옆도 뒤도 돌아보는 사람 되길…나도 배우는 중

“히딩크 감독 표현처럼 아직도 헝그리!”

한때 코미디 영화에 빠지지 않았다. ‘달마야 놀자’ 시리즈부터 ‘마파도’, ‘황산벌’까지 주연한 흥행작도 여러 편. 연극으로 출발해 스크린에 안착한 배우 이문식(50)이 보낸 전성기는 화려했다. 그러다 6∼7년 전부터 무대가 TV로 바뀌었다. 영화가 싫어졌기 때문은 아니다.

“연달아 출연한 영화 5편이 줄줄이 안됐다. 마지막이 ‘평양성’이었다. 책임감이 나를 짓눌렀다. 나를 찾는 시나리오도 사라지더라. 고민이 깊었지만 연기를 하려면 드라마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15일 개봉하는 ‘중독노래방’(감독 김상찬·제작 영화사 아람)은 이문식이 오래 기다려온 기회다. 출연 제안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주로 해온 코미디 장르가 아닌 미스터리와 판타지가 뒤섞인 이야기도 그를 자극했다.

‘중독노래방’은 개봉 전 시체스, 에든버러 등 여러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그만큼 개성이 확실하다는 의미다. 영화는 제각각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노래방에 모여들며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을 그린다. 이문식은 극의 무대인 노래방 주인 역할을 맡았다.

영화에서 이문식은 관객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매력을 내보인다. 염세주의자에 가까운 그는 딸과 아내를 잃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죽지 못해 사는 남자”이다. 그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매개체는 엉뚱하게도 ‘야동’이다.

“욕심이 생겼다. 솔직히 표현 수위가 더 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물론 야동 설정은 조금 낯설었다.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물었으니까. 하하! 절망에 빠진 인물이 그것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매년 두 세 편의 드라마를 소화하는 이문식은 일면 고집스럽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기도 하다. ‘중독노래방’을 촬영하던 무렵에는 매니저 도움 없이 서울에서 영화 세트가 있는 전남 광주까지 손수 차를 운전해 다녔다. 마침 드라마 촬영까지 겹친 탓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쪽잠을 자며 버틴 적도 여러 날. “신호위반 딱지란 딱지는 다 받았다”며 “엄청난 과태료를 물었다”며 웃었다.

배우 이문식. 사진제공 | 리틀빅픽쳐스
배우 이문식. 사진제공 | 리틀빅픽쳐스

연극배우 최혜원과 결혼한 이문식은 두 자녀를 경기도의 한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다.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은 결혼 그리고 아이들의 대안학교 진학”이라고 주저 없이 꼽으며 “나처럼 살지 말라는 뜻에서 대안학교를 택했다”고 했다. 교육관 역시 뚜렷하다.

“선행학습도, 사교육도 시키지 않았다.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글을 땠다. 우리 어머니는 손자들을 걱정하지만 오히려 늦게 깨우친 한글에 푹 빠진 아이들은 독서량이 어마어마하다. 책에 빠져 산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촬영도 피한다.

“어릴 때 인생의 목표는 성공이자 출세였다. 그래서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어떤 게 진짜 행복인지도 몰랐다. 아이들과 함께 나도 배워나가고 있다. 배우란 직업을 가졌지만 옆도, 뒤도 돌아보는 평범한 사람이고 싶다. 현실 문제에도 참여하면서.”

‘중독노래방’을 시작으로 이문식은 차츰 스크린에서 그 역할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현재 영화 ‘게이트’ 촬영에 한창이다. 이번엔 비겁한 성격의 좀도둑 역할. 임창정, 이경영과 함께 촬영하고 있다. “워낙 애드리브를 즐기는 배우들이라 서로 즉흥대사를 하느라 촬영이 길어질 때가 많다”며 웃는다.

● 이문식

▲1967년 11월13일생 ▲1985년 항공대 입학 및 자퇴 ▲1987년 한양대 연극영화과 입학, 1994년 졸업 ▲1995년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 데뷔 ▲2001년 영화 ‘달마야 놀자’ 조연 ▲2002년 ‘공공의 적’ 등 시리즈 잇단 출연(∼2008년) ▲2004년 제3회 대한민국영화대상 남우조연상(범죄의 재구성) ▲2005년 ‘마파도’로 첫 스크린 주연 ▲2009년 MBC 드라마 ‘선덕여왕’ ▲2010년 SBS 드라마 ‘자이언트’ ▲2015년 MBC 연기대상 베스트 남자조연상(엄마)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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