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스타들 ‘초통령’ 등극의 비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10일 06시 55분


가수 앤씨아-그룹 B1A4(아래). 사진|제이제이홀릭미디어·동아닷컴DB
가수 앤씨아-그룹 B1A4(아래). 사진|제이제이홀릭미디어·동아닷컴DB
■ 스타인증 ‘초등학생 인기몰이’ 명과 암

비스트·B1A4 이어 앤씨아도 ‘초통령’
아이돌 인기척도 불구 매출 연계 안돼
공연은 물론 캐릭터 상품 조차 안팔려
어린 잠재고객, 미래 팬층 확보 장점도


아이돌 스타의 인기를 인증하는 수식어 가운데 ‘초통령’이란 말이 있다.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의 줄임말로, 인터넷 등에서 초등학생에게 특히 큰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스타를 일컫는다. 그룹 비스트와 B1A4, 틴탑, 보이프렌드 등이 데뷔 직후 ‘초통령’ 수식어를 얻었고, 소녀가수 앤씨아도 초통령으로 꼽힌다. 시크릿 멤버 전효성은 작년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 출연해 “초통령이 되어 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초통령’이란 단어는 아이돌 스타에게는 또 다른 인기의 한 척도가 된다. 하지만 이는 아이돌 스타에게는 양면의 실익을 가져다 준다.

10대 초중반 초등학생들은 경제력이 전혀 없다. 또 부모로부터 받는 용돈도 적어 이들의 열광적 반응이 곧바로 아이돌 스타의 직접적 매출로는 연계되지 않는다. 공연은 물론 캐릭터 상품(MD)도 잘 팔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부모가 연예인에 빠진 자녀를 원치 않아 사주는 걸 꺼린다. 또 초등학생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1분 미리듣기’만 이용한다. 실제로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른바 ‘초통령’ 아이돌을 표지모델로 내세우면 유난히 판매량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심지어 성인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가 ‘초통령’이라 불리는 것도 반기지 않는다. 한 그룹의 경우 30∼40대 성인 여성팬들이 주축이 돼 ‘초통령 이미지 지우기’라는 프로젝트를 온라인상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초등학생 팬들은 잠재고객이라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팬층이다. 어린 아이들이 높은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만 잘 한다면 더욱 탄탄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략적으로 어린 팬층을 공략하기도 한다.

2009년 미국 진출에 나섰던 원더걸스는 이 같은 전략을 잘 활용한 그룹으로 꼽힌다. 미국·영국 등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 낀 중간세대로 불리는 ‘트윈세대’를 공략하며 아이들을 통해 어른들에게 어필하려 했다. ‘노바디’ 음반을 장난감 매장에서 판매해 그해 10월 케이팝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빌보드 ‘핫100’에 오른 것도 이런 전략이 적중한 덕분이었다. 이후 원더걸스는 2011년 9월 어린이전문채널 니켈로디언의 자매채널 ‘틴닉’의 TV영화에 출연하며 이듬해 매년 여러 분야의 ‘초통령’을 뽑는 시상식 ‘키즈 초이스 어워드’에도 초대됐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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