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크린, 누아르가 뜬다…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30일 06시 55분


‘하이힐’, ‘황제를 위하여’, ‘좋은 친구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장차앤코·오퍼스픽쳐스·초이스컷픽쳐스
‘하이힐’, ‘황제를 위하여’, ‘좋은 친구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장차앤코·오퍼스픽쳐스·초이스컷픽쳐스
내달 개봉 ‘하이힐’‘황제를 위하여’ 등
범죄조직과의 싸움·승부조작 등 담아
새 장르 도전과 현실의 아픔 반영 의도

‘영웅본색’, ‘첩혈쌍웅’….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말까지 약 10여년 동안 홍콩의 스크린에선 비장함이 넘쳐났다. 도시의 뒷골목에 흐르는 우울하면서도 허무한 분위기는 무언가 비장한 기운과 어우러지며 총격 소리와 함께 스크린을 채웠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둔 시기 홍콩인들은 그 사회적 불안감을 영화에 담아내며 ‘홍콩 누아르’의 특질을 채워갔다.

2014년 6월, 한국 스크린에도 누아르를 표방하는 작품들이 몰려온다.

6월4일 차승원 주연 ‘하이힐’을 비롯해 12일 이민기·박성웅의 ‘황제를 위하여’가 각각 개봉한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7월에도 지성·주지훈·이광수가 주연한 ‘좋은 친구들’도 관객과 만난다. 장동건의 개봉작 ‘우는 남자’는 제작진은 액션영화라는 대중적 마케팅 포인트를 강조하지만 누아르 장르의 테두리로 묶인다.

‘하이힐’은 과거의 아픔을 지닌 형사가 범죄조직과 맞닥뜨려 사건에 휘말린 채 자신의 욕망과도 싸워가는 이야기다. ‘황제를 위하여’는 전직 야구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된 뒤 부산 최대 규모의 사채 조직에 가담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좋은 친구들’은 끈끈한 우정을 간직해온 세 친구가 거액의 현금이 없어지는 사건의 뒤에서 펼치는 범죄 드라마를 표방한다.

이 작품들은 제각각 스토리의 측면에서 액션과 범죄를 뒤섞은 채 누아르 장르임을 드러낸다. 여성보다는 남성 관객에게 더 소구할 수도 있는, 그래서 끌어들일 관객층의 한계에 대한 우려에도 이들 작품들이 그 장르적 규정을 과감히 밝힌 것은 왜일까.

‘하이힐’의 장진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보편적 기준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싶다”면서 “시도해보지 않은 스타일의 장르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는 시대적 현실과 감성을 적극 반영하고 그 대안의 메시지까지 드러내면서 대중의 광범위한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한국의 누아르 영화 역시 내용적인 면에서는 시대적 공기를 담아내려 한다”고 말한다. 다만 “누아르 장르로 불리는 스타일의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제 개봉을 앞둔 영화들에 관심을 갖게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전찬일 평론가는 “새 작품들이 누아르의 스타일과 장르적 특질까지 아우르며 한국적 누아르의 새로운 모범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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