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위로와 진솔한 감동으로 시청자에 한걸음 한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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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후 예능 생존법

웃음은 때로 무거운 현실을 극복하는 힘을 준다. 세월호 사고 이후 3주 만에 방송을 재개한 MBC ‘무한도전’(위 사진)과 SBS ‘힐링캠프’(가운데). KBS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는 아직 정규 편성이 확정되지 않았다. MBC 방송 캡처·SBS KBS 제공
웃음은 때로 무거운 현실을 극복하는 힘을 준다. 세월호 사고 이후 3주 만에 방송을 재개한 MBC ‘무한도전’(위 사진)과 SBS ‘힐링캠프’(가운데). KBS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는 아직 정규 편성이 확정되지 않았다. MBC 방송 캡처·SBS KBS 제공
지난 주말 MBC ‘무한도전’은 멤버 전원이 검은색 정장과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와 인사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결방했다 3주 만에 방송을 재개한 이날 무한도전은 사고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함께 음주운전으로 자진 하차한 멤버 길 문제를 사과하는 데 오프닝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MC 유재석은 “어른으로서 어린 학생들을 지키지 못해 부끄럽고 죄송하다. 힘들지만 조금씩 기운 내서 서로 위로하고 힘이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5일 방송이 재개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초대 손님은 개그맨 이동우였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고 겪은 어려움과 극복기를 담담히 털어놔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최영인 SBS 예능국 CP는 “이동우 출연분은 원래 이달 말경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앞당겼다. 세월호 사고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시기에 톱스타를 섭외해 화제를 모으기보다는 위로를 전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힐링캠프’는 트라우마 치유와 관련한 기획을 준비 중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예능 프로그램은 어떤 방식으로 웃음을 전할 수 있을까.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서 중단됐던 TV 예능 프로들이 속속 방송을 재개함에 따라 예능 프로의 ‘위로 전략’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일부 예능 프로의 스페셜 재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한 방송사들은 이달 들어 비교적 순한 예능 위주로 정규 편성을 조심스럽게 확대했다. 황금연휴 전후로는 대부분의 예능 프로를 정상적으로 내보냈다.

세월호 사고로 결방된 예능 가운데 현재까지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프로는 KBS ‘개그콘서트’와 ‘뮤직뱅크’,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SBS 인기가요’, tvN ‘SNL 코리아’ ‘코미디빅리그’ 같은 공개 코미디와 음악 방송이다.

방송계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말 시작해 사고 발생 한 달이 되는 다음 주쯤 모든 예능 프로가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천안함 사고 이후 예능이 한 달간 결방됐던 전례를 감안하면 빠른 편이다. 충격과 슬픔이 크지만 방송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의 영향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예능이 사고 전과 같은 밝은 분위기를 내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방송된 대부분의 예능 프로에서는 방송 중 깔리는 웃음소리, 과장된 효과음과 자막이 사라졌다. 원만식 MBC 예능본부장은 “예능은 웃음을 주는 것이 목표여서 조심스럽다. 당분간 자극적인 웃음거리는 삼가고 최대한 차분한 편집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조효진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PD는 “최대한 담백한 방식의 예능을 만들려고 한다. 소재는 물론이고 촬영 장소 섭외 문제도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 제작진은 가벼운 웃음보다는 감동을 전하거나 위로를 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예능 프로 ‘SNL’은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며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과 소방관들이 출연해 용기를 전하는 메시지를 전해 화제가 됐다.

김상미 KBS ‘개그콘서트’ PD는 “방송을 재개할 때는 미약하나마 위로를 전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사회 흐름을 반영하는 방송의 특성상 앞으로 예능에서도 사회적으로 용기와 힘을 주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세월호 사고#예능#무한도전#힐링캠프#개그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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