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보다 더 리얼한 가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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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싸인’을 통해 본 모큐드라마 제작 세계

모큐드라마 ‘싸인’을 진행하는 배우 류승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 진행자 같은 진지함으로 허구에 진실성을 더한다. 작은 사진은 35회 ‘며느리의 순애보’. 출연자들의 얼굴을 가려주는 시사 프로처럼 배우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다. 채널A 제공
모큐드라마 ‘싸인’을 진행하는 배우 류승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 진행자 같은 진지함으로 허구에 진실성을 더한다. 작은 사진은 35회 ‘며느리의 순애보’. 출연자들의 얼굴을 가려주는 시사 프로처럼 배우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다. 채널A 제공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고요?”

채널A ‘싸인’(화요일 오후11시)은 모큐드라마다. 모큐란 가짜란 뜻의 영어단어(mock)와 다큐멘터리의 합성어로 다큐 형식을 빌린 드라마다. 하지만 상당수의 시청자들은 방송 내용이 허구라는 말을 들으면 “진짠 줄 알았다”며 놀란다.

싸인은 방송 시작과 함께 ‘본 프로그램은 허구로 재구성된 모큐드라마입니다. 등장인물, 장소, 상황은 모두 가상이며 실제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공지한다. 방송 도중에도 8번 정도 자막이 더 나간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볼 때마다 헷갈려한다. 진행자인 배우 류승수는 “유명 한류스타 A가 ‘그 이야기가 진짜냐’고 문자를 보내오고, 탤런트 김희선 씨가 실제 사건도 다루냐고 물어올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해 2월 처음 방송된 싸인은 ‘진짜보다 리얼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도 상승세다. 1월 21일 ‘한의사며느리 실종사건’을 시작으로 3∼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초대손님이나 이야기 전개에 따라 한 회 방송분 내에서도 시청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프로들과 달리 싸인은 방송 시작부터 끝까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다. 김진 PD는 “한번 이야기에 빠져들면 결말이 궁금해 채널을 잘 돌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싸인의 흡입력은 실제 일어난 사건에 다양한 사회 이슈를 버무린 이야기의 힘에서 나온다. ‘몽유병 할아버지와 사라진 신부’ 편(2월 4일)은 아내와 사별한 노인이 국제결혼으로 젊은 동남아 여성을 새 아내로 맞으려 한다는 제보에서 출발했다. 제작진은 이 제보 내용에 국제결혼 브로커의 문제점과 몽유병 범죄를 합쳤다. 자체 최고시청률(4.06%)을 기록한 ‘신고려장, 버스터미널에 버려진 노부부’ 편(3월 4일)은 인천공항에 버려진 독일인 할머니의 사연에 국내 노인 실태를 녹인 것이다.

싸인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진짜 같은 재연이다. 이를 위해 제작사인 콘텐츠하우스는 시사 프로와 다큐 제작 경험이 있는 이들로 제작진을 꾸렸다. 촬영 현장도 시사 프로나 다큐 제작과 같다. 현장을 통제하지 않고 실제 현장에 연기자를 투입해 찍다 보니 돌발 상황도 일어난다. 지나가던 시민이 막말연기 중인 젊은 연기자와 드잡이를 하고, 폐지를 줍는 연기를 하던 할머니를 도운 적도 있다. 연기자 얼굴에 모자이크를 입히는 것도 출연자의 신상 노출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시사 프로가 하는 기준에 따른 것이다.

연기자들은 즉흥 연기를 많이 한다. 연기자 장혜진 씨(39·여)는 “대본에 세세한 대사가 적혀 있지 않아 상황에 어울리는 연기를 즉석에서 끄집어내야 한다. 내 얼굴을 모자이크로 가려주니 마음껏 연기할 수 있다”고 했다. 제작진은 시청자가 재연배우를 알아보면 실제라는 믿음이 깨지기 때문에 모자이크를 하더라도 배우를 계속 교체한다.

김완진 콘텐츠하우스 대표는 “모큐 드라마는 사건 당사자의 (TV 출연으로 인한) 2차 피해 없이 우회적인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어두운 단면을 조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모큐드라마#싸인#류승수#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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