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위 질주, 욕먹고 사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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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1월 14일 07시 00분


‘왕가네 식구들’-‘기황후’-‘오로라공주’(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MBC·KBS
‘왕가네 식구들’-‘기황후’-‘오로라공주’(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MBC·KBS
■ 왜곡·막장…말 많은 드라마 인기몰이 아이러니

‘기황후’·‘왕가네 식구들’ 시청률 톱
‘오로라공주’ 폐지 여론 불구 최고 기록
“논란이 호기심 불러 시청률 키운 셈”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와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 그리고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며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논란을 먹고 사는 드라마’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기황후’는 드라마 시작 전 ‘일부 가상의 인물, 허구의 사건. 실제 역사와 다름을 밝힌다’라고 고지한다. 실존인물인 기황후와 고려 충혜왕을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게 영웅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역사 왜곡 논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충혜왕 대신 왕유라는 가상인물을 내세웠지만 이야기 흐름상 동일인이 다른 가면을 쓴 느낌을 준다. 또 기황후를 매력적인 여성으로 표현한 부분도 시청자의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12일 방송한 6회가 16.3%%(닐슨코리아)로 자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로라공주’는 매회 방송이 끝날 때마다 시청자의 맹렬한 공격을 받는다. 출연자들의 개연성 없는 잇단 중도하차, 유체이탈, 사후세계 등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을 자주 연출하며 심지어 온라인에서 종영 촉구를 받고 있다. 심지어 임성한 작가의 퇴출까지 언급되고 있다. 드라마 존폐를 논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방송사와 제작사는 일체 대응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논란이 화제를 낳는 꼴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오로라공주’는 12일 17.2%%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주말 저녁 8시에 방송하는 ‘왕가네 식구들’은 ‘가족 시청시간대’와 어울리지 않는 내용으로 비판을 사고 있다. 두 딸을 차별하는 어머니, 상식 밖의 행동을 일삼으며 남편을 무시하는 아내, 옛 애인과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는 주부 등 인물들의 이야기는 방송 초반 대가족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현실감 있게 그려 훈훈한 ‘홈드라마’로 예상했던 시청자를 민망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의 드라마는 시청률도 ‘먹고 들어간다’는 공식이 성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논란으로 드라마가 더욱 화제가 되면서 ‘어느 정도나 막장이길래’라는 시청자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이한 현상의 연속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드라마 내용과 관련해 논란이 일 수는 있지만 시청자의 보편적인 정서와 상식적인 수준의 스토리 전개가 아니라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시청자의 좀 더 비판적인 시선, ‘시청률만 높으면 된다’는 방송사의 시각 교정 등이 필요할 때다”고 지적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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