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날 키워준 하녀를 향한 ‘生의 예의’… ‘심플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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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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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를 보는 깊은 시선이 인상적인 쉬안화 감독의 영화 ‘심플라이프’. 날개 제공
인간관계를 보는 깊은 시선이 인상적인 쉬안화 감독의 영화 ‘심플라이프’. 날개 제공
영화 프로듀서인 부잣집 도련님 로저(류더화)에게는 어머니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어렸을 때부터 수십 년 동안 함께 산 가정부 아타오(예더셴)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버려져 로저의 집에서 하녀로 지낸 아타오는 로저 가족에게는 어떤 요리도 척척 해내는 마술사 같은 존재다. 아타오와 로저는 추억을 공유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아타오가 노총각 로저의 젊은 시절 여자친구들을 떠올리며 농담을 던질 만큼 둘은 가깝다.

가족이 모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고 홍콩 집에는 로저와 아타오만 살던 어느 날, 아타오가 뇌중풍(뇌졸중)에 걸린다. 아타오는 로저에게 짐이 되기 싫어 요양병원에 가지만 로저가 매일 찾아온다. 점점 다가오는 죽음 앞에 아타오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는 유일한 벗은 로저뿐이다.

변변한 반전도, 눈을 자극하는 에피소드도 없는 영화 ‘심플라이프’(22일 개봉)는 어찌 보면 지루한 영화다. 하지만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한참을 자리에 앉아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다. 혈연이 모든 인간관계의 중심인 우리의 경우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 크다.

지금은 까마득한 옛날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가사도우미를 ‘식모’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집안에서 매일 얼굴 보며 함께 사는 도우미를 애정을 나누는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쉬안화 감독은 이런 수직적인 관계를 아름다운 수평적 관계로 그린다. 예더셴은 이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제는 중년의 깊이가 느껴지는 중화권 스타 류더화의 안정된 연기도 돋보인다. 전체 관람가.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심플라이프#하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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