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도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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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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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사칭 공연초대권 받아가… 열광관객 일어설때 입장권 슬쩍팔찌 티켓 헐겁게 해 되팔기도

“○○ 씨가 언제 올까? 2장을 부탁하기에 준비해뒀는데….”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 티켓 부스에서 초대 명단에 올라 있는 이름을 확인하던 기획사 직원들. 곧 “○○인데요, 2장 주세요”란 사람이 나타났고 직원들은 표를 건넸다. 하지만 공연 시작 직전, 헐레벌떡 달려와 신분증을 내밀며 표를 달라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 ○○ 씨가 나타난 것. 누군가 직원들의 대화를 엿듣고 남의 표를 가져간 것이다.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불법으로 팝이나 가요 공연장에 입장하려는 관객들 때문에 티켓 부스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얌체족들은 티켓 가격이 10만 원을 넘는 대형 페스티벌이나 해외 가수들의 내한공연에 집중된다.

얌체 관객들이 표를 챙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티켓 부스 직원들의 대화를 엿듣고 남의 초대장을 채가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한 명이 표를 사서 입장해 다른 관객들이 흘린 표를 슬쩍한 뒤 밖으로 나와 기다리던 일행들에게 표를 건네는 방법. 관객들이 자리에 표를 던져두고 열광적으로 서서 관람하는 댄스 가수들의 공연장에서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이를 막기 위해 “(표 확인 대신) 입장객들의 손목에 확인 도장을 찍는 방법으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여러 공연장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팔찌 형태의 입장표를 나눠주는 페스티벌의 경우 일찍 귀가하는 관객들이 모이는 버스정류장에 얌체족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팔찌를 ‘수거’한다.

기획사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단 팔찌를 고정하면 가위로 자르지 않는 한 다시 풀 수 없도록 제작한다. 하지만 일부러 헐겁게 팔찌를 찼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싼값에 되파는 적극적인 관객들까지 막기는 어렵다. 한 티켓 부스 직원은 “암표를 최소화하기 위해 짬짬이 ‘순찰’을 돌아야 한다”고 전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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