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편에서 예고한 대로 오늘 인터뷰는 뮤지컬 배우 김수용을 둘러싼, 이른바 ‘김수용 6대 의혹’을 밝히는 쪽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사실 기자가 준비해 간 것은 ‘5대 의혹’이었는데, 인터뷰 도중 김수용이 “실은 한 가지가 더 있다”라고 고백해 ‘6대 의혹’이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 중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 중 하나인 김수용. 이제부터 그의 베일을 양파껍질 벗기듯 한 장씩 떼어내 보기로 하자.
발단은 뮤지컬 ‘헤드윅’이었다. 2006년 ‘헤드윅’ 시즌3에서 김수용은 이석준과 함께 ‘헤드윅’을 맡았다.
“저는 성대가 절대 튼튼하지 않아요. 대신 관리를 정말 잘 하려고 하죠. 목이 안 좋으면 무조건 병원에 달려갑니다. 성대근육을 유연하게 해주는 엉덩이 주사가 있어요. 약도 독하게 지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정말 급할 때 먹을 수 있게.”
그날은 최악이었다. 하루 종일 목이 꽉 잠긴 상태였는데 공연직전 마이크 테스트를 할 때조차 목이 깨어나지 않았다. 하루에 두 번 먹게 되어 있는 독한 약을 세 번이나 먹었는데도 소용없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자 기적이 일어났다. 그토록 나오지 않던 소리가 툭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마음속으로 ‘아이고, 아버지 감사합니다. 오, 주여!’하면서 공연을 했죠. ‘난 죽었다’하고 무대에 올라갔는데 목소리가 나오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앙코르 때는 신이 절로 나서 막 소리를 질러댔죠. 그런데 그걸 석준 형이 다 본 거예요. 석준 형이 ‘저 자식, 저거 다 뻥이야. 어떻게 목이 아픈 놈이 옥타브를 올려서 노래를 하냐’라며 마구 흥분을 ….”
“사실 뮤지컬 배우들은 목이 안 좋을 때 나름 해결하는 노하우가 있어요. 뜨거운 한약같은 걸 드시는 분도 있고,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하고. 보신탕을 드시는 분도 봤어요. 석준 형에게 ‘난 주사를 맞아서 좋아진 것 같다’라고 하니까 다짜고짜 ‘이 자식아, 난 주사 맞아도 소리 안 나와!’라고 … 흐흐”
이후 이석준은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김수용 성대는 강철도 아닌,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성대다. 1000만원 주고 티타늄 성대를 이식했다”라는, ‘아무도 믿지 않는’ 설을 열심히 전파하고 있다.
○ 의혹2. “김수용은 뮤지컬계 최고의 엄살왕이다?”
이 의혹은 새삼 의혹이랄 것도 없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뮤지컬 팬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나라 뮤지컬계 최고의 엄살왕으로 류정한과 김수용이 꼽힌다.
두 사람은 평소 “나 죽겠네”, “소리가 안 나와”하다가도 무대에만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펄펄 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인데 김수용은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난 맹세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전 되게 솔직해요. 죽겠다면 죽겠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공연을 망칠 수는 없잖아요. 죽을힘을 다해서 티를 안 내려고 할 뿐이죠.”
그런데 사람들 눈에는 “죽겠다는 놈이 공연만 잘 하네”로 보이는 것이다. 심지어는 “동정심 얻으려고 엄살을 핀다”라는 말도 들었다. 김수용은 “배우들이 다 그렇죠 뭐. 배우니까 무대에서 죽어라고 연기하고, 집에 가면 픽 쓰러지는 거죠.”
김수용은 “다행히 인삼이 잘 받는 체질”이라고 했다. 너무 몸이 힘들면 무대에 오르기 전에 생삼 한 뿌리를 꼭꼭 씹어 먹는다. 그러면 어떻게든 한 회 공연은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단다. 한국인삼공사에서 들으면 좋아할 얘기같다.
○ 의혹3. “김수용의 조상은 중동인이다?”
김수용을 직접 보면 확실히 토종 한국인의 외모는 아니다. 큰 눈에 쌍꺼풀도 이국적이지만 무엇보다 피부색이 하얗다 못해 창백해 보일 정도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김수용에게는 외국인으로 오인받은 에피소드가 산처럼 쌓여 있다.
김수용은 “유럽, 남미, 북중미 사람같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최근에는 중동인 소리도 나오더라고요. 물론 저는 오리지널 한국사람입니다.”
가장 최근의 에피소드를 소개해 드린다. 한 달도 안 된 얘기.
아는 선배가 고깃집을 차렸다고 해서 김수용은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를 찾았다. 고기를 실컷 먹은 뒤 선배가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길가에 서 있는데 눈앞으로 미군 몇 명이 지나갔다. 꽤 술에 취했는지 비틀거리더니 길에 서 있는 광고물을 넘어뜨렸다. 당황한 미군들이 후닥닥 도망을 치는가 싶었는데, 김수용과 눈이 마주치자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김수용에게 다가와 막 눈을 찡긋거리면서 뭐라 뭐라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영어로. 김수용이 듣자하니 아무래도 자신에게 열심히 변명을 하는 것 같았다. 눈 찡긋은 당연히 ‘눈 좀 감아 달라’는 것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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