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다치면 결방…드라마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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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2일 07시 00분


■ 지나친 스타의존 어디까지?

초치기 제작…배우 사고 당하면 속수무책
박신혜 교통사고…‘넌 내게 반했어’ 결방
‘명월’ 한예슬 ‘주5일 촬영제’ 요구 소문
“사실 아니다” 해명 불구 여전히 논란거리


‘초치기’로 이뤄지는 드라마 제작 관행. 그 속에서 갈수록 스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치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드라마 제작 관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스타급 연기자가 촬영일정을 좌우하려하거나 불가피한 사고로 지상파 드라마가 결방되는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작상 안정적인 시간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촬영을 이어가는 드라마 제작현장의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 탓이라는 분석이다.

MBC는 21일 수목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극본 이명숙·연출 표민수)를 결방하고 지금까지 방송한 7회 분량을 편집한 하이라이트를 60분 동안 방송했다. 출연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주인공 박신혜가 탄 차량이 19일 새벽 서울 외곽순환도로 분리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당해 촬영을 소화할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다.

MBC는 방송 당일인 21일 오전에야 결방 사실을 알리며 “박신혜가 교통사고 직후 촬영에 복귀해 의욕을 보였지만 갑자기 시작된 근육통증으로 제대로 촬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방송 당일 오전 촬영한 내용을 급히 편집해 그날 밤 방송할 정도로 촉박하게 진행되는 드라마 제작 현실 속에서 불가피한 사고까지 겹치면서 돌출된 상황이다.

이처럼 촬영 도중 스타가 부상을 당해 드라마가 결방되는 일은 제작 시스템상 비일비재하다. 올해 초 SBS ‘아테나:전쟁의 여신’도 주인공 정우성의 부상으로 한차례 결방됐다. 이 드라마 역시 생방송처럼 촬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스파이명월’(극본 K88스토리·연출 황인혁)은 또 다른 측면에서 드라마 제작현장의 높아진 스타 의존도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한예슬이 주장했다고 알려진 ‘주 5일 촬영 요구’ 논란 탓이다.

21일 방송가에는 한예슬이 ‘스파이명월’ 제작진에게 “주 5일 동안만 촬영하겠다”고 요구했다는 말이 퍼졌다. 배역 이름인 ‘명월’이 드라마 제목일 정도로 이 작품에서 한예슬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다른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스파이명월’ 현장에서는 그의 주장 대부분이 받아들여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예슬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고, 제작사인 이김프로덕션 역시 “와전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불만이 고조되면서 방송가에서는 일부 톱스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초치기’ 드라마 제작 관행이 빚어내는 사태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MBC 드라마국의 한 PD는 “드라마 촬영현장을 스타가 좌지우지하는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면서 “생방송 촬영처럼 초치기로 제작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스타 의존도까지 높아진다면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harry)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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