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마법, 파리의 주말 밤을 사로잡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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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메운 유럽 팬들… 태극기 흔들며 환호

춤추고… 11일 프랑스 파리 제니트 공연장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2차 공연에서 한류팬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춤추고… 11일 프랑스 파리 제니트 공연장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2차 공연에서 한류팬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한국의 화려한 전사(戰士)들이 유럽을 점령했다.

10일 밤 11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르 제니트 드 파리’ 공연장.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슈퍼주니어’ ‘샤이니’ ‘동방신기’ ‘소녀시대’ ‘f(x)’ 멤버 전원이 무대에 나와 함께 부른 ‘Sorry Sorry’가 끝나자 7000여 명의 함성이 하늘을 찔렀다. 3시간 30분 동안 내내 서서 춤을 추며 44곡의 노래를 쉬지도 않고 따라 부르는 괴력을 보여준 유럽의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팬들은 너무 아쉬운 표정이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의 첫 유럽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모두가 놀란 밤이었다.

○ 객석은 시작부터 열광의 도가니


공연은 아이돌 그룹이 모두 등장해 인사하는 동영상에 이어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5명의 팝 댄스 걸그룹 f(x)가 신나는 ‘라차타’로 막을 열었다. 독일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부터 스웨덴에서까지 날아온 팬들은 손목에 야광팔찌를 차고 손에는 피켓과 플래카드, 야광봉을 들고 열광했다.

▼ 유럽팬들 3시간반 내내 한국어 합창… K팝 스타들도 놀랐다 ▼

환호하고… 이날 걸그룹 f(x)와 샤이니 슈퍼주니어에 이어 소녀시대 멤버 9명이 무대에 오르자 7000여 명의 팬이 ‘소녀시대’를 외치며 열광했다. 히트곡 ‘Gee’를 부를 때는 대부분의 관객이 일어나서 합창을 하기도 했다.
환호하고… 이날 걸그룹 f(x)와 샤이니 슈퍼주니어에 이어 소녀시대 멤버 9명이 무대에 오르자 7000여 명의 팬이 ‘소녀시대’를 외치며 열광했다. 히트곡 ‘Gee’를 부를 때는 대부분의 관객이 일어나서 합창을 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2012 한국 방문의 해 기념’으로 마련됐다. 당초 한 차례 공연으로 계획됐지만 팬들의 요구를 수용해 두 차례로 늘어났다. 매표 시작 10분 만에 매진되는 등 “이미 성공을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르피가로)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공연 전날에는 밤샘을 한 청소년이 100명에 달했다. 당일에는 소나기가 쏟아지는데도 공연 5시간 전에 1000명이 넘는 관객이 운집했다.

이런 열기는 음악, 춤, 패션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남자 5인조 컨템퍼러리 밴드 ‘샤이니’가 등장하면서 일찌감치 절정으로 치달았다. 2008년 데뷔 후 각종 신인상을 석권하며 아시아를 뒤흔든 샤이니가 프랑스어로 “봉주르(안녕하세요)” “즈시 온유(저는 온유입니다)” “이렇게 환영해주니 꿈만 같다”고 말하자 객석은 웃음과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10명의 꽃미남 스타로 구성된 슈퍼주니어는 정규 3집 타이틀곡인 ‘Sorry Sorry, Answer’로 시작해 무대를 사로잡는 카리스마와 쇼맨십으로 여성팬들을 흥분시켰다. 특히 희철, 신동, 이특, 은혁은 유럽에서 인기 절정인 레이디 가가와 비욘세 복장을 하고 패러디쇼를 보여 관객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또 소녀시대의 인형 같은 9명이 등장하자 남자 팬들은 노래 내내 “소, 녀, 시, 대”를 연호했고 히트곡인 ‘Gee’는 모두 일어서 합창을 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마지막에 등장한 동방신기는 최신곡 ‘왜(Keep Your Head Down)’를 노래하며 카리스마를 뿜었다. 보이시한 스타일로 등장한 f(x)의 엠버와 현란한 브레이크댄스와 노래는 물론이고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까지 선보인 샤이니의 온유는 단연 최고의 스타였다.

○ “상업주의 변질은 경계해야”

아이돌 스타들도 놀란 표정이었다. 공연 후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어로 계속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외국어로 노래를 부르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슈퍼주니어의 이특은 “음악은 언어가 아니라 감성으로 이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소녀시대의 수영은 “오늘 태극기를 든 수많은 팬을 보고 가슴이 울컥했다. 왜 진작 오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프랑스 국영방송 2TV와 프랑스 독일 합작 공영방송 Arte TV 등 20여 개의 유럽 매체는 물론이고 일본 산케이스포츠, 후지TV 등 아시아 취재진이 몰려 큰 관심을 나타냈다. SM은 처음으로 공연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가수들의 인터뷰 모습을 유튜브 SM 공식 채널로 중계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시작돼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를 거친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는 9월 4, 5일 일본 도쿄돔에서도 10만 명 규모로 이어진다.

파리7대학의 마르탱 프로스트 한국학과 교수는 “역동적인 춤과 노래 등 모든 게 매우 신났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평했다. 그는 “케이팝은 멋진 외모를 가진 가수들의 음악과 춤의 호흡이 완벽한 데다 한 편의 스펙터클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조화로운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며 “마음에 닿는 공연이 이어지고 스타와 관객의 직접적인 만남이 계속된다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연장을 찾은 프랑스 음악전문기자 에리크 우들레 씨는 “오늘 공연만으로도 이미 제이팝(일본대중가요)의 유럽에서의 전성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산업적 측면만 부각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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